올 들어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소형화, 탄도미사일 재진입 실험, 신형 300㎜ 방사포 발사,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발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등 각종 군사적 도발과 함께 핵(核) 선제공격 발언 등 수사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핵은 남녘의 동포를 겨냥한 게 아니라든지 미사일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이라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도 스스로 드러냈다. 행태 면에서 가히 도발의 일상화라 할 수 있다.
북한이 과거에도 연합훈련에 대해 격한 반응과 도발을 해왔고, 2013년 핵실험 때에도 그랬으므로 올해의 경우도 새로운 게 아니라고 한다면 김정은 권력 세습 후 지난 4년간의 본질적 상황 변화를 간과한 것이다. 최근 상황이 이전과 다른 이유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및 목함지뢰 도발 등을 거치며 치유가 더욱 불가능해진 핵 집착과 기만적 태도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우리의 대북(對北) 안보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데 있다. 개성공단 폐쇄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첫째, 4차례의 핵실험을 끝낸 북한 입장에서는 핵을 무덤까지 안고 갈망정 스스로 포기할 전략적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6자회담 방정식을 적용한 외교적 협상만을 통한 해법 추구는 그 타당성을 잃었다. 이제는 북한이 핵 보유로 인한 고통과 국가 리스크를 절감토록 해야 한다. 다자 및 양자적 제재를 시작으로 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의 지지와 동포적 일체감을 알리고 그들의 민주의식을 고취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김정은과 엘리트층이 체제 지탱을 위해 사용하는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는 입체적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보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중 간의 전략적 일치점을 극대화하는 외교력은 필수다.
둘째, 북한의 당면한 전략적 목표는 핵무기의 실전 배치이며, 그 외 어떤 논리와 주장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시간 벌기 기만술임을 명확히 해둬야 한다. 이러한 저의를 숨긴 평화협정의 함정도 여기에 있다. 지난 3일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한 국방위 담화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집중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평화체제(단순한 평화협정과는 다른) 개념과 추진 전략에 관해서는 외교적 준비를 단단히 해둘 필요가 있다.
셋째, 핵을 앞세운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 전략은 불변이라는 점이다. 평화에 대한 우리의 열망이 강하다고 해서, 경제적 열세의 북한이 전쟁을 원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순진한 믿음은 헛된 생각이다. 핵무기는 71년 전 두 번의 예외를 제외하곤 역사상 사용한 선례가 없어 전쟁 발발에 즈음해 우리가 취해야 할 민·군·관 차원의 행동 준거는 우리 스스로 단단히 만들어야 놔야 한다. 특히, 핵의 파괴력을 고려할 때 군은 선제적 제압의 대비태세 완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넷째,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과정은 원만하고 평화적이기보다 격렬하고 폭력적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및 인권 존중 등 우리의 헌법적 가치는 사전 설득을 통해 수용하게 하는 것보다 통일을 달성한 이후에 주입한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앞으로 엿새 후 우리는 매우 위중한 시기에 총선을 맞으며, 이달 말이면 올해 한·미 연합훈련이 마무리된다. 한 달 뒤면 북한은 35년 만의 당 대회를 개최한다. 김정은의 권력 강화와 핵·경제의 병진을 강조하는 정치적 쇼가 될 공산이 크다. 이렇듯 남북에 각각 모두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임박해 있다.
이번 달에 북한의 무력도발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극도의 긴장 국면은 고비를 벗어나겠지만, 앞으로 1∼2개월 안에 제재의 효력이 북한 사회와 경제에 스며드는 경우 나타날 북한 내부의 불안정과 외부를 향한 도발 유혹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긴장에서 소강으로 잠시 변할 수 있겠으나 점점 심각해지는 핵 개발 상태와 정권의 파괴적 속성은 불변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바뀐 안보 패러다임도 돌이킬 수 없다. 최선을 지향하되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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