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생각이 더 빠르다는 전방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과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책이 나왔습니다. 지젝의 ‘새로운 계급 투쟁-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자음과 모음)과 피케티의 ‘세금혁명’(글항아리)입니다.

2011년 나온 ‘세금혁명’은 프랑스의 세금 개혁을 위한 구체적 정책 제안서이며, ‘새로운 계급 투쟁’은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난민과 테러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책입니다. 스타 저자의 저명도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테러와 세금 개혁이라는 이슈의 중요성. 하지만 피케티의 책은 프랑스 국내용이고, 지젝의 책은 유럽 내부자 시선으로 본 난민과 테러 문제이기에 우리 독자들에겐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권을 언급해야 할 이유는 현실에 빠르게 대응한 팸플릿책(소책자)의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슈, 사고, 현상에 대응해 빠르게 나오는 팸플릿책은 결국 필자로 대표되는 지식 사회의 깊이와 현실 대응력 그리고 출판사의 편집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피케티가 공동 연구자 이매뉴엘 사에즈 버클리대 교수, 경제학자 카미유 랑데와 함께 쓴 ‘세금혁명’은 130여 페이지의 얇은 소책자로 2012년 프랑스 대선에 대응한 일종의 유권자 훈련서이자 정책 제안서입니다. 현재 세금 제도는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복잡해 문제 삼지 못한다는 이들은 세제 개혁의 원칙을 세제를 단순하고 공정하며 쉽게 만드는 것이라며 프랑스 세제를 분석해 수정 제안과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110여 페이지 소책자 ‘새로운 계급 투쟁’의 대응은 더 민첩합니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한 달여 만에(독일에서) 나왔으니까요. 프랑스(넓게는 유럽, 더 넓게는 서구)가 테러와 난민에 대한 분노, 걱정, 우려로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철학자의 진단입니다. 일종의 교통정리입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난민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결과로, 해결책은 유럽의 난민 거부나 그 반대인 난민 수용이 아니라 글로벌 세계 전체의 계급 투쟁이라고 합니다.

주장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인터넷은 들끓고, 단발성 분석이 쏟아지다 또 다른 이슈에 묻혀 적당히 지나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소책자들이 빠르게 나오고 이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며 ‘공적 논의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그렇게 사회적 해결책도 모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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