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 / 김종엽 외 13인 지음 / 그린비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관련 서적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인문·사회과학자 14명이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세월호의 사회적 고통을 치유할 방법을 모색한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이 ‘사건’은 한국 사회의 분기점이 될 트라우마를 남겼다. 책에 참여한 저자들은 ‘고통’ ‘국가’ ‘치유’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분야별로 분석을 담아냈다.

김종곤(철학 전공)이 문제를 제기하듯, 세월호 트라우마의 특수성은 ‘국가 = 아버지’에 근간을 둔 믿음 체계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데 있다. 국민 보호의 의무에 의문을 던진 이 ‘사태’야 말로 국가의 ‘결핍’을 드러내는 사건이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 사회 대다수가 트라우마를 입었다. 하지만 국가는 이 참사를 몇몇 악인에 의해 발생한 ‘사고’로 탈정치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를 제한하고 정치적 멜랑콜리 상태에 가두어 무기력한 ‘죽은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 제2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세월호 이후의 국가’는 바로 참사 이후 가장 크게 인문·사회학적으로 논란을 빚은 ‘국가’의 문제를 다뤄 관심을 끈다. 세월호 참사의 사회정치적 원인과 역사적 조건의 결합 방식을 국가를 키워드로 놓고 여러 층위에서 살펴본다.

여기서 최원(정치철학)은 미셸 푸코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에티엔 발리바르의 ‘초객관적 폭력’이란 프레임을 통해 이번 사건 속에서 국가에 접근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은 직접 개인의 규율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행위 또는 현상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간주하고 사회가 그것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비용계산’을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온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은 상징적으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함의를 드러낸다. 또 과거 신체에 직접 작용하는 주권 권력이나 규율 권력과 달리 신자유주의적 폭력은 무대의 뒤편에 숨어 마치 그러한 폭력이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삶의 조건인 양, ‘초객관적’ 폭력의 양상을 보인다.

이에 대해 김도민(한국현대사)은 ‘분단폭력’이란 프레임으로 달리 접근한다. 전 지구적인 신자유주의적 폭력이 유독 이 땅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진상 규명을 요원하게 하는 양상으로 관철되는 사태를 설명하자면, 분단체제와 국가 폭력의 결합 양상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리에 나선 시민과 유가족에게 ‘불순 세력’이란 비난 등은 분단폭력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개인은 무력해지고 동시에 국가는 전체주의적 통제질서를 강화함에 따라, 한국은 극도의 개인주의 사회이자 전체주의 사회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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