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곤혹속 다시 부인
“민간서 자발적 설치한 것
이래라저래라 못할 사안”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
합의때 尹장관 발언 불씨


지난해 말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대일 비판을 극도로 자제해 온 정부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副)장관의 ‘위안부 재단 지원-소녀상 이전 패키지’ 발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간부들이 비슷한 주장들을 내놓긴 했지만 일본 정부 고위 관리가 이러한 인식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두 사안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민간단체가 세운 소녀상을 이전하는 데 정부가 관여하려 한다는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 설립 문제와 소녀상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안부 재단 설립과 별개로 소녀상 이전에 대해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경청해 나갈 것”, “지금은 아니지만 시점이 되면 (단체들과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등 정부의 개입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총선을 전후해 양국 정부는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관방 부장관의 ‘패키지’ 발언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소녀상 이전을 사실상 재단 지원금 출연의 전제 조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양국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기우다 부장관의 발언은 지난 1월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 상이기도 하다. 이후로도 일본 자민당이 소녀상 조기 철거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아베 총리에 제출하는 등 공세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위안부 합의 100일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는 소녀상 논란은 지난해 말 양국 합의 때부터 예고된 일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합의 당시 ‘한국 측 표명사항’을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로서도 (소녀상 문제의)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민간단체가 세운 소녀상의 이전 가능성을 일본 측의 요구사항도 아닌 한국 측의 발표사항으로 거론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채 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을 애매한 표현으로 발표해 일본이 자의적 해석에 따른 여론전을 펼칠 수 있도록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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