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양적완화에도 침체 계속
엔-달러 환율 최저치까지 하락
임금인상 압박도 기업들 외면
기업 현금자산 역대 최고 기록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바탕으로 한 경제 회복을 내세운 아베노믹스가 최근 급격한 엔화 가치 상승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잇단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오히려 엔화 가치가 뛰면서 경제는 회생하지 못하고, 부채만 급격히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일본 국가신용등급이 앞으로 2∼3년 이내에 추가 강등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0일 블룸버그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일본 경제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에도 회복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올 초부터 급격히 진행 중인 엔고 현상이 일본 경제의 발목을 다시 잡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서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1%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120엔대이던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08엔대가 무너지는 등 18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엔고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엔·달러 환율이 9월 말에 105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올해 말에 엔·달러 환율이 103엔, 바클레이즈는 10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엔고 흐름에 일본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악화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올 1분기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단칸)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 업황판단지수는 6으로, 지난해 4분기(12)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또 2013년 2분기(4)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엔고는 수출에 악영향을 주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3월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1%나 감소했다.
기업 경영 악화는 임금 정체를 가져와 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경제를 끌어올리려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틀을 흔들고 있다. 아베 정부는 그동안 기업에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임금을 인상하라고 압박을 넣었지만 기업들은 경영 사정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꺼리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올해 춘투에서 일본 노동계가 3.27%의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실제 임금인상률은 지난해(0.69%)의 절반도 안되는 0.3%에 그쳤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식으면서 일본 기업과 가계는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기업 현금 자산은 2015년 말 현재 246조 엔(약 2627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였고, 가계 자산 역시 902조 엔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가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빚만 늘려놓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정 적자가 지속되면 향후 2∼3년 이내에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지난해 9월 일본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한 바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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