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나가 묻자 이미연이 숨을 들이켰다.
“왜?”
“금방 윤상희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언니가 그만뒀다고 해서요.”
“윤상희가?”
“네, 윤상희가 감독을 맡았다고 하더군요. 조금 전 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
“언니가 그만뒀다는데, 맞아요?”
“응.”
“그럼 한랜드에 안 가세요?”
“그만뒀는데 내가 왜 가니?”
안미나가 가만있었으므로 이미연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말했다.
“너희들이나 잘 해봐. 한랜드는 기회의 땅 아니냐.”
“전 대표하고 문제가 있어요?”
“없어.”
“그럼 왜요?”
“몰라도 돼.”
이미연이 머리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영등포의 연립주택 안이다. 15평형 월셋집이어서 가구는 TV와 침대, 옷장 하나뿐이었고 청소도 안 해서 옷가지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창밖의 주택단지도 지저분했다. 안미나는 극단의 주연급 여배우다. 안미나가 극단의 간판과 같다. 지금까지 안미나는 이미연과 손발을 맞춰 왔다. 잘 맞는 짝이라는 소문도 났다. 그때 안미나가 물었다.
“언니, 전 대표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녜요?”
“뭘?”
“언니 아웃시키고 윤상희를 감독으로 하면 줄줄 끌려갈 거라고 믿고 있을까요?”
“내가 어떻게 아니?”
“물론 다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간다고는 했어요.”
“가야지. 이런 기회가 없어, 솔직히.”
“나하고 정윤이, 민기, 수환이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뭐?”
이맛살을 찌푸린 이미연이 다시 창밖을 보았다. 부연 스모그에 덮인 주택단지 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다시 안미나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넷이 말을 맞췄어요. 언니가 한랜드에 안 가면 우리도 안 간다고.”
“야, 그만둬.”
핸드폰을 고쳐 쥔 이미연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안미나와 최정윤, 이민기, 조수환은 극단의 주연급이다. 주연급 넷이 다 빠지면 극단은 와해된 것이나 같다.
“너희가 그러면 남은 식구들은 어떻게 하니? 걔들은 기회를 잡았다면서 기뻐 날뛰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 주연급도 덩달아 뛰어야 해요? 우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언니도 아시잖아요?”
숨을 들이켠 이미연의 귀에 안미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대표의 월권이에요. 감독을 바꾼다면 최소한 우리와 상의라도 했어야 하지 않아요? 조감독만 불러서 네가 감독해라, 그러면 우리가 그냥 따를 거라 생각했나 보죠?”
“…….”
“우리 넷은 조금 전에 말을 맞췄어요. 언니가 한랜드에 안 간다면 우리도 안 가요. 그것을 이민기가 대표한테 통보할 거예요. 그러니까 언니는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통화가 끝났을 때 이미연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안미나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미나가 새로 감독이 되는 윤상희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이미연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간단하다. 배고팠을 때와 배부를 때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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