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 정치부장

이틀 후에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반전과 변수가 많은 선거다. 우리 정치사에서 국민의당과 같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제3당이 등장한 것은 1987년 동교동(김대중)계가 평화민주당을 창당한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져 온 호남 기반 야당의 적통을 넘겨받을 기세고 이에 따라 호남 민심이 분화되고 있다. 여권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진짜 측근을 자임하는 진박들이 ‘정치적 배신자’로 낙인 찍힌 후보들에게 고전하고 있다. 극단적 대립 속에 텃밭을 기반으로 결속력을 강화해온 영호남의 적대적 의존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선거 하부구조의 변화도 눈부시다. 급속한 고령화에 힘입어 불과 4년 전 19대 총선에서 세대별 투표자 비율 3위였던 60대 이상(20.3%)이 이번 선거에서는 23.4%로 1위를 차지했다.

유권자들로서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투표에 앞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총선 이후 이뤄질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계개편이다. 총선의 많은 반전과 변수가 그냥 돌출된 것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가까이 축적돼온 정치적 모순이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질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민주화’ 정치에서는 3김에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어온 대주주, ‘보스 정치’가 약화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정치지형의 최대 변수였던 영·호남 지역주의도 현저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이 국회의원 선출에 그치지 않고 21세기형(型) 정치 새판짜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총선 이후 정계개편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를 넘어 압승을 거둘 경우다. 거대 여당 프리미엄 때문에 새누리당이란 틀은 유지되겠지만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의 갈등은 거의 내전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가 당권 장악에 올인하면 비주류는 생존 차원에서 거세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뚜렷한 대권 후보가 없는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옹립을 시도하면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부산·경남세력이 분당 불사로 맞설 수 있다. 극적으로 당권-대권 분리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지난 15대 대선에서처럼 대선 후보와 당이 따로 놀다 결국 야당에 정권을 내주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새누리당 압승은 곧바로 야권의 대대적 재편을 의미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야권연대 거부의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 호남 다수당과 원내교섭단체 위상을 확보하면 오히려 더민주가 당내 잔존 호남세력과 친노·운동권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심각한 내분을 겪으면서 야권에서 또 한차례 대규모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을 위한 ‘정권연대’가 추진될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야권이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저지할 경우다. 새누리당은 곧장 세대교체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 등 비박계 당 지도부나 공천 파동 원인제공자였던 친박계 리더들이 범여권의 탄핵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의원 등 차세대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당 체질과 이미지가 개선되고 차기 대선 레이스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다.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도부의 당 장악력이 제고되면서 야권을 양분하는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더민주가 120석 이상을, 국민의당이 3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 ‘정권 연대’는 힘들어진다. 국민의당은 비록 제3당이지만 야당 대권 후보의 필수적 요건인 호남의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고 더민주는 제2야당으로서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자발적 기득권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현명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어떤 위대한 정치인도 국민 위에 설 수는 없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너무나 명징한 진리를 실현할 위대한 흐름이 바로 13일 당신의 한 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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