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 연천군 왕징면 나룻배마을에서 농협중앙회와 서울시 주최로 열린 ‘도시가족 주말농부 프로그램’ 참가 가족들이 가마솥 밥 짓기 체험을 즐기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지난 9일 경기 연천군 왕징면 나룻배마을에서 농협중앙회와 서울시 주최로 열린 ‘도시가족 주말농부 프로그램’ 참가 가족들이 가마솥 밥 짓기 체험을 즐기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경기 연천군 왕징면 ‘나룻배마을’- 도시가족 주말농부 프로그램

“불을 제대로 못 피워 밥을 못 지으면 오늘 굶어야 합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경기 연천군 왕징면 ‘나룻배마을’ 체험 학습장에 마련된 10여 개의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에서 일제히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농협중앙회가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의 하나로 서울시와 주최한 ‘도시가족 주말농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80여 명의 참가자가 동시에 아궁이에 불을 붙여 가마솥 밥을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신이 난 것은 부모의 손을 잡고 따라 나온 아이들이었다. 평소 도시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불장난’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인지 아이들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날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성우진(11) 군 역시 연신 부채질까지 해가며 불 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궁이 주변이 연기로 가득 차 어른들조차 제대로 눈을 뜨고 있기 힘들었지만, 성 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성 군은 “평소에 집에서는 전기밥솥이 해주는 밥만 먹었는데 이렇게 내 손으로 직접 불을 피워서 밥을 해먹으니까 신기하다”면서 “따라오길 잘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가마솥으로 밥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불의 세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언제쯤 뜸을 들여야 하는지 등등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부 정성희(45) 씨는 “시골에서 지낸 경험이 없어서 이렇게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지어보기는 처음”이라며 “밥이 설익거나 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윽고 30여 분의 시간이 흘러 가마솥 밥 짓기 체험이 완료됐고 팀마다 자신들이 지은 밥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맞이한 개봉의 순간. 저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마솥 뚜껑을 열었고 이내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한명희(41) 씨는 “사실 오늘 처음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봤는데 생각보다 잘된 것 같다”며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보다 훨씬 더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직접 지은 가마솥 밥과 함께 한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가마솥 밥에 마을 주민들이 미리 준비해둔 김치와 돼지고기 볶음, 계란찜 등 각종 반찬이 어우러지자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수빈(10) 양은 “엄마가 집에서 해준 밥보다 더 맛있다”며 “가마솥 안에 남은 누룽지도 빨리 먹고 싶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나룻배 타기 체험이 진행됐다. 마을 바로 앞에 위치한 둘레 100여m의 저수지에 나룻배 두 척이 마련됐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7∼8명씩 조를 이뤄 탑승해 나룻배 체험을 즐겼다.

나룻배 체험이 시작되자 힘 좋은 아빠들이 나섰다. 방법은 단순했다. 저수지가 어른 허리 정도로 깊지 않은 만큼 노를 젓지 않고 대나무 장대를 이용, 앞에서는 나룻배의 방향을 조절하고 뒤에서는 미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막상 체험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깔깔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빠들이 호기롭게 나섰지만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서만 빙빙 돌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비명도 들려왔다. 균형이 무너져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릴 때마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악’ 소리를 질러댔다.

10여 분 동안 배와 씨름하던 끝에 완주에 성공한 박기주(43) 씨는 “보기에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타보니 요령이 없어서 헤맸다”며 “그래도 가족들과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나룻배 체험이 끝난 뒤에는 인근 인삼밭에서 인삼 수확 체험도 이어졌다. 체험객들은 각자 흩어져서 장갑을 끼고 인삼밭의 흙을 파 내려갔고 어느새 “심봤다”는 환호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오늘 수확한 인삼으로 어떤 음식을 해먹을 거냐는 질문에 주부 민경선(42) 씨는 “역시 삼계탕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임연자(44) 씨는 “가마솥 밥 짓기부터 나룻배 체험, 인삼 수확까지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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