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아들 비프역 이승주

무대 위에서 제법 눈에 띈다 싶으면, 어느새 드라마나 영화로 진출하는 연극배우가 많다. 영상 매체는 강력하다. 무대 위 단 5분을 위해 50시간을 보내던 이들이, 브라운관에 노출된 지 5분 만에 유명해진다. 사람의 갈망이란 비슷하다. 연기자가 ‘연예인’이 되고, 또 ‘스타’가 된다 한들, 뭐라 할 사람이 있나. 그런데 그 ‘길’ 앞에서 굳이 발걸음을 돌려 무대에 섰다. 주변에선 “왜 그리 욕심이 없느냐”고 답답해한다. KBS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연극 ‘사회의 기둥들’ ‘유리동물원’ 등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꿰차고 “방송보다 무대 위가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배우 이승주(35·사진)를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오는 14일 개막하는 아서 밀러(1915∼2005)의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한태숙)에서 ‘세일즈맨(윌리 로먼)의 아들’ 비프 역을 맡았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연극)을 진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욕심이 없다니요.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게 욕심은 아니잖아요. 연극을 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좋아하니까.”

하루 만에 드라마 한 편을 찍을 수 있는 시대. 두 시간짜리 연극을 위해 몇 달을 매달린다. 어찌 보면 매우 ‘비생산적인’ 작업이다. 이승주는 그래서 연극이 즐겁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앞두고 영어 논문까지 찾아 읽었다. 그는 “작품의 무게만큼이나 축적된 자료도 많았다”며 “전부 해석이 달랐지만, 또 대부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아버지, 가장, 실직, 무거운 가방 등이 떠올라 왠지 제목부터 마음이 아프죠. 그런데 제가 만난 부자(父子)는 좀 달라요. 너무 이상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밀러가 마치 지금의 한국을 예견하고 쓴 것처럼 ‘우리’와 닮아 있어서죠. 그래서 명작(名作)인가 봐요.”

2013년 국립극단의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승주는 헨리크 입센(1828∼1906·사회의 기둥들)과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유리동물원)의 작품처럼 주로 현대극의 고전(古典)에 출연해왔다. 이 ‘젊은 배우’의 ‘진지한’ 행보는 자연스럽게 아서 밀러(세일즈맨의 죽음)를 만나게 했다. 김광보, 한태숙 등 인정받는 중견 연출가들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는 ‘믿고 보는’ 배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맡는 역할은 어딘가 결핍되고 약간은 비겁한, 이른바 ‘찌질한’ 남자다. “톰 윙필드(유리동물원)나 뢰를룬(사회의 기둥들)보다 ‘비프’는 더욱 결함이 두드러지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저는 그리 찌질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하.”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승주는 훗날 연극인 복지와 아동극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 봤던 아동극이 아직도 생각나요. 호랑이가 ‘어흥’ 하는데 담배 냄새가 나서 상처 좀 받았죠. 책임감을 갖고 돈벌이가 아닌 양질의 아동극을 만들고 싶어요. 또, 연극인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싶고요.”

손진환, 예수정, 박용우 등 출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5월 8일까지, 02-580-1300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