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씨! 문 열어!”
대부업체 조 과장이다. 문으로 다가간 이미연이 문고리를 풀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밖이 조용해지더니 문이 열리면서 두 사내가 이미연을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왜 미는 거야?”
화가 난 이미연이 버럭 소리치자 둘은 털썩 응접실 바닥에 앉았다. 소파도 없었기 때문이다. 벽에 등을 붙이고 앉은 조 과장이 이미연을 올려다보았다. 긴 얼굴, 가는 눈, 웃을 때면 소름이 끼친다.
“극단이 한랜드로 옮겨간다더군. 대박이라고 소문이 났던데.”
이미연이 창가로 다가가 문틀에 등을 붙이고 섰다. 조 과장이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유라시아 그룹에서 선금을 받게 되지 않겠어? 8500만 원쯤이야 코딱지만 한 금액이지. 안 그래?”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쓴웃음을 지은 이미연이 조 과장을 내려다보았다.
“난 잘렸어. 정보가 늦은 모양이군. 난 ‘금성신용금고’가 매일 빚 독촉을 하기 때문에 극단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거든.”
조 과장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미연이 말을 이었다.
“확인해 봐. 극단 대표 알지? 걔한테 전화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이년이 지금 누구 약 올리나?”
“내가 너 같은 개새끼 약 올릴 이유가 있니?”
“이년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옆쪽에 앉은 사내가 벌떡 일어났으므로 이미연이 짧게 웃었다. 조 과장이 데리고 다니는 부하다.
“병신, 육갑 떨고 있네. 야, 이 새끼야. 어디 쳐봐라, 제발.”
이미연이 한 발짝 다가섰다.
“제발 네 덕분에 병원에 가보자.”
“뭐야?”
눈을 부릅뜬 사내가 다가서서 둘 사이는 한 걸음도 안 되었다. 그러나 사내는 어깨만 부풀렸을 뿐이다. 손을 대었다가는 바로 경찰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진단서를 끊게 되면 빚은 다 받게 된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이미연이 사내를 노려보면서 이 사이로 말했다.
“병신, 사채업자 똘마니 주제에 조폭 흉내를 내고 있어. 너 같은 놈은 그냥 양아치야, 이 새끼야.”
“뭐야? 이….”
사내가 와락 어깨를 부풀렸을 때 조 과장이 소리쳤다.
“야, 이 새꺄.”
흠칫 숨을 죽인 사내가 시선을 주자 조 과장이 이 사이로 말했다.
“앉아, 이 새꺄.”
“형님.”
“저년한테 말려들지 마, 병신아.”
입맛을 다신 조 과장이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어쨌든 상관 없어. 그럼 오늘부터 우리도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하지.”
“어디 한번 해보자.”
발을 떼면서 이미연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일단은 무단 침입 신고부터 하고.”
침실로 들어가면서 이미연이 말을 이었다.
“같이 경찰에 가서 진술하기로 하자. 나, 실업자 되어서 오늘부터 시간이 많아. 경찰서에 가서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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