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 논설위원

“국회의원 두 개에 십 원!” “국회의원 두 개에 십 원!”

1960년대 어느 날 신동엽 시인은 당시 서울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30여 분간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자신의 유명한 시를 울부짖듯 암송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현재의 국회의원 시세는 얼마나 올랐을까 궁금하다. 얼마 전 식사를 같이 한 중견 기업 대표 왈, “규제를 후련하게 풀어주지는 못할 망정 기업들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들은 차라리 수출하고 싶다.” 물론 수출품이 될 수 없으니 국회의원은 아예 값조차 매길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못마땅할 때,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투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자각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벌은 가장 질 낮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플라톤은 말했다. 최악의 깜깜이 선거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거짓을 간파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4·13 총선의 핵심 어젠다들은 전반적으로 동어반복이지만, 검증과 토론은 생략됐다. 진부한 지역 발전 구호와 엄청난 복지 지출 부담을 초래할 ‘표(標)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다가올 5년은 패러다임 대격변의 시기다. 우선,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이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것이다. 지난 60년의 압축 성장기에 버금갈 정도의 국내 산업 지도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정치권은 옛 시대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주요 정당들이 총선에서 과학자 등 이공계 인사들을 비례대표 1번으로 낙점한 것 외에는 난파 상태의 경제 상황을 돌파할 ‘혁신의 비전’을 발견하기 어렵다.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은 인공지능 활용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될 수 있다. 로봇 의존도가 높아지면, 청년들은 일회용으로 전락하거나 잉여로 남게 된다. 청년들은 결혼조차 기피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생존이 출산율 제고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불길한 지표다.

새로 배출될 국회의원들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난제는 서비스산업 고도화다. 20대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미 적기를 놓쳤다. 청사진 마련이 늦춰지면서 보건·의료서비스, 디자인 혁신, 문화기술 서비스 등 서비스 분야 연구·개발(R&D)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올해 국내 서비스 기술 개발 예산은 103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8% 줄어들었다. 이처럼 실탄이 부족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총동원한다 해도 선진화가 요원하다. 알파고가 와도 서비스 산업을 살릴 수 없을 정도라면 무섭게 치고 오는 경쟁국 서비스 산업계를 당해낼 도리가 없다.

총선 직전까지 여야는 청년의 미래와 나라 장래에 대한 본격 토론조차 외면한 채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데만 몰두했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옷깃에 달릴 금배지는 도금한 것으로 지름 1.6㎝, 무게 6g이다. 가격은 3만5000원 정도다. 20대 국회에서 청년 실업과 서비스 산업 고도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평가하는 국회의원 값이 금배지 값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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