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일감 절벽
16개월간 수주 ‘제로’
내년 작업량 올해 절반
독 비는 최악상황 우려
“현대重 체질개선 불가피
노조 지금 싸울때 아니야
회사의 미래 걱정할 때”
“한때는 울산 동구가 배를 만들어 울산시 전체를 먹여 살렸을 정도로 잘나갔다 아입니까. 그런데 지금은 만들 배가 없다니, 인자 동구 사람들은 우째 삽니까?”
11일 오후 2시 울산 온산읍 현대중공업 온산 공장. 평소 300여 명의 근로자들이 해양플랜트를 만들어 바다를 통해 동구 현대중 본사로 보내느라 북적대던 이 공장은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설비를 실어나르는 차량만 간간이 드나들었다.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이달 초부터 공장 가동이 중단된 탓이다.
경비원 김모 씨는 “일거리가 없어 이곳에서 일하던 근로자 중 원청 직원 50여 명을 제외한 협력업체 직원 250여 명은 뿔뿔이 현장을 떠났고, 공장은 현재 임시 적치창고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 본사에 있는 동구의 해양 공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생산물량은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고 2014년 11월 이후부터 16개월간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한 탓에 내년에는 작업량이 올해의 절반으로 줄어들 형편이다.
이곳에서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이런 상태라면 올 하반기쯤에는 해양 공장의 전체 근로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지 모른다”고 불안감을 표출했다.
주력 업종인 조선분야도 비상이다. 현대중에 따르면 정상적이라면 올해 모두 63척의 선박을 착공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선박은 60척에 불과해 아직 3척이 모자라다. 여기에다 내년에 착공에 들어갈 선박은 1척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최소 50척은 수주해야 내년 일감 바닥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주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내년 하반기에는 독(dock)이 비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계속되는 일감 부족 탓에 현대중 근로자들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4년 12월 말 6만3900명이던 원·하청 근로자들은 1년 만인 지난해 말 6만1600명으로 2300명이 줄었다가, 지난 3월 말에는 5만8600명으로 불과 3개월 만에 3000명이 또다시 줄었다.
이 때문에 현대중 안팎에서는 조선업의 불황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에 출마한 여야 후보 등 정치권이 매일 아침 현대중 정문에서 서로 현대중의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노사 갈등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진보 계열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서 회사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 회사가 9분기 연속 적자(누적 적자 4조8700억여 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과 관련, 기본급 9만6712원(기본급 대비 5.09%) 인상, 성과급 250% 보장 등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내놓았다. 반면 회사는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을 모두 적용하면 연간 4000억 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회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데, 노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선분야 모 협력업체 대표 정모 씨는 “노조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지금은 노조가 요구조건을 놓고 회사와 싸울 단계가 아니라 다른 회사처럼 해외 선주사에 대해 수주활동에 나서는 등 회사의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울산 동구 주민들은 걱정과 한숨으로 가득하다. 동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현대중이 어려워진 뒤로 지역 아파트 가격이 1~2년 전에 비해 채당 2000만 원가량 하락했다”며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설명했다. 현대중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도 “현대중의 불황으로 요즘은 하루 매출이 1~2년 전의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밤낮으로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줄어드는데 식당도 곧 문을 닫아야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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