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감독으로 알려진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의 작품 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가 있다. 그 코엔 형제가 만약 한국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그 제목은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될 듯하다.
취업난과 비싼 집값 문제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세대’의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이 지난해에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이 수치는 혼인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10년 전보다 약 2세가 증가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율도 5.9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응으로 결혼을 미루는 현상이 이제는 보편화한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바로 보여주는 것은 청년실업률이다. 올해 초 청년실업률은 12.5%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학력·고스펙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학업 기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이다. 늦어진 취업과 불안정한 일자리는 그만큼 혼인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혼인이 늦어지다 보니 출산율도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3명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과 함께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가져올 ‘인구절벽’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혼인과 출산을 통해 본 청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절박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으로 청년들이 혼인과 출산에 대해 일제 파업을 선언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현재 청년기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의 노동인구 감소, 노동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로 연결돼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귀결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2020년까지 출산율을 1.5명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책의 수준이 절박한 위기의 정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출산 장려책으로는 출산율을 올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지난 10여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혼인을 하고 출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청년층에 대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을 때 혼인과 출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우선으로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 몇 개를 만들겠다는 식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까지 갈 수 있는 사회적 로드맵을 만들어 제시해줘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도 ‘아이를 낳도록 지원하는 방식’에서 ‘낳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사교육비의 부담 때문에 아이를 가질 엄두를 못 낸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교육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복지 영역에서는 아직도 아동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아동학대로 사망 사건이 줄을 잇는 상태에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낳은 아이는 모두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출산 장려책이다. 이제는 삼포세대가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직시하고 그 해법을 찾을 때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