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땐 부가서비스 대폭 제공
고객유치뒤 일방적 폐지·축소
혜택변경, 최근 3년동안 79건
신규발급 중단은 올들어 50종
“수익성 악화 심해 불가피” 해명
민원 빗발치자 슬며시 복귀도
A 씨는 지난 2012년 10월 인터넷을 통해 연회비 10만 원을 내고 옛 외환카드(2014년 11월 하나카드로 합병)의 ‘크로스마일 스페셜 에디션 카드’를 발급받았다. 당시 카드사는 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2013년 9월부터 카드 사용금액 1500원당 1.8마일로 혜택을 줄였다. A 씨는 ‘항공사 마일리지 부가서비스는 이 카드의 중요한 혜택인데 카드사가 설명도 없이 서비스를 축소했다’며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하나카드는 이미 약관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됐고, 7개월 전인 2013년 2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법원은 2월 22일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마일리지 혜택이 카드 선택의 핵심 이유였기 때문에 전화 통화 등으로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근 경영여건 악화로 비용 절감이 절실해진 카드업계가 수익 감소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줄여나가고 있다.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수익성을 갉아먹는 제휴 카드를 아예 없애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카드사들이 신규 카드를 출시할 때는 부가서비스를 대폭 늘렸다가 이후 슬며시 축소·폐지하는 기만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가운데 A 씨의 소송 판결을 계기로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올해 들어 혜택이 큰 카드의 신규 발급을 잇달아 중단하거나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등 적자 카드 구조조정에 나섰다. 카드사들이 올해 신규 발급을 정지한 카드만 50종 이상이다.
신한카드는 올 1월 SK텔레콤과의 제휴가 끝난 ‘T스마트 빅플러스’ ‘SKT 세이브’ 등 2종의 신규 발급을 중지했다. 전달 이용실적에 따라 매달 공짜 영화표 2장을 제공하고 GS칼텍스에서 주유 때 ℓ당 100원을 할인해주는 ‘메가박스 신한 Shine카드’도 더는 내지 않고 있다. 혜택이 좋기로 입소문이 자자했던 ‘RPM플래티늄카드’도 발급을 중단했다.
KB국민카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할 때 최대 7%를 할인해주는 ‘스타맥스카드’를 비롯해 ‘혜담(I)’ ‘비씨스카이패스’ ‘KB레일에어’ 등의 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학원비 할인 카드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 높던 ‘KB잇스터디카드’ 역시 발급이 중단됐다. 롯데카드도 가연·컬쳐랜드·ABC마트 등과 제휴해 발급하던 카드 14종을 올해부터 내지 않고 있다.
신규 발급 중단 외에도 부가서비스 혜택이 종료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받는 고객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출 이용 고객들이 전국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설치된 ATM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 달 22일부터는 건당 800∼1000원(현금 인출을 이용한 대출 기준)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삼성카드는 1월 초 ‘수퍼S카드’의 약정 한도를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하는 비율을 줄였다가 소비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단체행동에 들어가자 슬그머니 원상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하나카드도 지난 1월 ‘터치(Touch)1 카드’의 미스터피자 할인율을 15%에서 13%로 줄였다.
카드사들은 이처럼 상품을 정리하고 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카드사들이 연초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 연간 6700억 원의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자를 본 만큼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카드는 혜택을 점점 더 많이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폐지 전략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수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행태다. 신학용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사 부가서비스 변경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이 최근 3년간 금감원에 부가서비스 축소·폐지로 약관 변경을 신고한 사례가 자그마치 7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사별 부가서비스 축소 관련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부가서비스가 축소된 신용카드 종류는 309종으로 축소된 신용카드의 개설 수가 2007만 장에 달한 바 있어 심각성은 더해진다.
카드사들이 경영여건 악화로 예전만큼 실적을 내기가 어려워진 만큼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부가서비스 구조조정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따라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 등을 중심으로 각종 정보와 맞춤형 대응법을 공유하며 카드사들의 혜택 축소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 소비자 모임 카페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규 카드를 출시하면 ‘혜택’만 부각해 가입을 유도한 다음 편의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줄이는데 이건 고객과의 약속을 무너뜨리는 행동”이라며 “소비자들도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 등 공동 대응을 통해 카드사의 횡포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일은 그 서비스를 보고 가입한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인만큼 기존 고객을 위한 혜택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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