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通·독선 공천에 등 돌려”

새누리당 내에서 이번 4·13 총선 참패의 최대 원인 제공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한때 개헌 의석(200석 이상) 혹은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의석(180석 이상) 확보를 넘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 ‘8년 만의 원내 제1당 교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에 대한 반응이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 ‘오적(五敵)’이 회자하는 형국이다. 독선과 불통으로 당청 관계나 당정 관계의 혼선과 혼란을 초래한 청와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유아독존 식으로 칼날을 휘두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옥새 파동’으로 정치를 희화화한 김무성 대표, 친박(친박근혜) 마케팅과 진박(진실한 친박) 코스프레의 주역 최경환 의원, ‘막말 파문’으로 몸담았던 당 전체의 표를 잠식한 것으로 평가되는 윤상현 의원 등이 그들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14일 “박 대통령의 독주와 국회 심판론에 대한 역풍,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의 볼썽사나운 공천 다툼, 친박 핵심 인사들의 오만함에 대한 냉정한 표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민심 이반을 초래한 결정타가 된 새누리당의 공천을 친박계가 주도하면서 청와대는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이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피 튀는 공천 싸움을 벌일 때 청와대는 중재를 하기는커녕 갈등을 수수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위원장과 김 대표는 공천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여권 공천과정의 한심한 모습을 여과 없이 유권자들에게 보여줬다. 김 대표는 자신이 주장했던 100% 상향식 공천 원칙이 무너지는 내내 침묵하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옥새 투쟁’을 벌이는 등 갈등을 극대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관위원들이 이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에 반발해 심사를 거부하는가 하면 국민공천배심원단이 이 위원장을 향해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공천 작태를 규탄한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친박 핵심 최 의원이 영남권에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돌며 ‘진박 감별사’를 자처한 것도 유권자의 싸늘한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진박 마케팅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하는 등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천 막판에 친박계의 핵심 윤 의원의 취중 막말 파문이 불거지면서 수도권 민심은 또 한 번 출렁였다. 당내 비박계 인사로부터 정계 은퇴 압박까지 받을 정도로 여당에 악재를 끼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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