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13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밤 서울 도봉구 쌍문역에서 도봉갑 인재근·도봉을 오기형 후보의 지원유세를 한 뒤 차에 올라서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13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밤 서울 도봉구 쌍문역에서 도봉갑 인재근·도봉을 오기형 후보의 지원유세를 한 뒤 차에 올라서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더민주 ‘절반의 승리’

야당에 대한 기대가 아닌 與 경제 실정에 반사이익
여권 심판론 내세운 만큼 대여관계 경직될 수 밖에
국민의당, 여당과 손잡고 몸값 높이기 나설 가능성
불안한 1석차 제 1당 위상 與 무소속 복당 땐 뒤집혀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10석을 얻어 새누리당(105석)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합해도 122석인 새누리당보다 더 많은 123석을 기록해 열린우리당 이후 8년 만에 제1당이 됐다. 그러나 이번 승리를 이끈 것은 최악의 공천 파동과 경제 실정을 저지른 여권에 대한 분노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더민주만의 비전을 보여야 하는데 국민의당 협조 없이는 실현이 어렵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 하면 기존의 ‘발목 잡는’ 야당 이미지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새누리당 과반 의석의 붕괴”라며 “문제는 경제였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총알보다 강한 투표의 힘”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더민주는 이제 민심을 받들어 정권 교체의 길에 매진하겠다. 더민주를 수권 정당으로 만들고 최적의 대선후보를 키워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당선인들은 이날 축제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당선인들을 만나 “잘하셨어요”라는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여당 텃밭이던 강남을에서 당선된 전현희 전 의원을 번쩍 들어 업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정권 교체가 눈앞에 있다”는 말들이 돌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가 야당에 대한 기대가 아닌, 여당에 대한 심판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수도권 민심은 새누리당을 어떻게든 심판해야 하겠다는 심리가 강했다. 우리당이 좋아서 던져 준 것이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장선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도 “정부와 여당이 경제 실정을 해놓고, 모든 것을 야당에 떠넘기고 공천 파동까지 일으킨 데 대한 중간 평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더민주가‘여권 심판론’에 기대 제1당에 오른 만큼, 앞으로 대여 관계는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여야 관계가 좋아지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제1당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새누리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1석에 불과하다는 불안감도 크다. 총선에서 국민의당과 노선 차를 분명히 확인한 만큼, 같은 야당이어도 늘 ‘우리 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언제든지 새누리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이 무소속 당선자를 복당시켜 다시 제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2석에 그친 새누리당이 무소속 당선자들을 모두 끌어안고 몸집을 불릴 가능성이 크다”며 “더민주가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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