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아픈가 / 크리스티안 구트 지음, 유영미 옮김 / 부키

먹는 걸 좋아하고, 에어로빅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건강이라는 이데올로기로 구박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야생동물보다 더 오래 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동물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피트니스 센터의 통유리 너머 운동기구 앞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동물들이 생각난다.(에필로그)

40대 초반에 이른 독일 신경과 의사이자 의학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티안 구트 박사는 에필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현대사회에 들어와 특히 급증한 ‘건강염려증’ 환자들을 결코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건강과 의학을 둘러싼 현대인들의 온갖 과민반응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기에 전문가로서 현대의학의 한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며 건강검진, 식이요법, 약품, 유전자검사, 운동, 예방접종, 줄기세포, 안티에이징 등을 둘러싼 갖가지 오해를 유쾌하게 풀어준다.

엑스선 촬영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의학에 대한 현대인들의 믿음을 꼬집는 내용도 그중의 하나다. 많은 사람이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면 ‘혹시’하는 생각에 대부분 CT를 의뢰한다.

그러나 CT 촬영을 한 번 하면 엑스레이를 50번 찍은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구트 박사는 독일에서만 1년에 2000명이 의료방사선 노출로 암에 걸린다며 신경학적으로 눈에 띄는 증상이 없고, 외적으로 찰과상이 심하지 않으면 CT를 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동을 만병의 예방책처럼 맹신하는 현 세태도 필자는 비판한다. ‘코펜하겐시 심장연구센터’의 연구 결과를 보자. 35년간 일주일에 2시간 반을 조깅에 할애해 늘어나는 수명은 남성은 6.2년, 여성은 5.6년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총 시간을 합산하면 4550시간으로 약 반년에 해당한다. 6년간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를 보려면 어쨌든 반년은 꼬박 달려야 한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세 번 헉헉대며 뛰는 활동이 기쁨과 행복을 주지 못하고, 지겹고 어렵기만 하다면 나중에 6년을 더 산다 해도 그 6년 내내 지난 세월을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건강에 신경 쓰는 일은 부질없는 짓일까. 구트 박사는 개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궁극적으로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심장검사나 혈액검사가 더 이상 괜찮지 않은 날이 누구에게나 닥쳐올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체중이나 항체 수준 등에 대한 관심은 건강한 정도로 줄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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