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들도 重症 고통 잘알아
유치원때만 7곳서 거절당해
성일中 사례만봐도 현실답답”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인데 보호해주고 대변해주는 사람은 부모뿐이에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김남연(49·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제36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둔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자신의 경험담과 정부 및 정치권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2000년부터 서울 강남에 거주하며 학원을 운영하던 김 지부장은 2001년 4세 된 아들 윤호 군이 1급 자폐증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집 근처 유치원 일곱 군데를 찾아다녔지만 “장애아동을 가르칠 환경도 안 될 뿐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이 싫어해 어쩔 수 없다”며 모두 거절당했다. 답답한 마음에 강남구청을 찾아가 호소해 봤지만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소문 끝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작구 한 유치원을 찾아가 사정한 끝에 윤호 군을 입학시켰지만 1년 뒤에는 송파구의 또 다른 유치원을 찾아 옮겨야 했고, 제대로 된 유치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김 지부장의 삶은 강남의 중산층 학원장에서 장애아동 인권운동가로 바뀌었다. 김 지부장은 “장애아동이 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현실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다”며 “장애아동을 키우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고 장애인 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은 부모들의 모임인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달 운영해오던 학원도 접었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부터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시설을 건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 18세가 된 아들 윤호 군은 강남구에 거주하는 데다 신호등의 적·청신호도 구별하지 못하는 중증 자폐아여서 이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입소 자격이 되지 않지만, 장애인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설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성일중학교 사례만 봐도 정치인들이 약자인 장애인을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장애인 교육시설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데 정작 현장에선 법률이 규정한 특수교육시설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기반이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장애인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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