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다란, 상품으로 치면 콘셉트(concept)이고 개인에게는 가치관, 더 넓게는 세계관의 문제이다. 그만큼 인간의 모든 행위는 안팎으로 투여된 수많은 어젠다로 촉발된 프레임(frame) 속에서 이루어진다. 한 번 잘못 설정된 질문 틀 안에서 사고가 이뤄지면 종국에는 전혀 쓸모없는 결과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질병이 도지면 개인의 일상은 한순간에 선거철처럼 요란해진다. 생활 패턴은 어그러지고 대신 병원을 들락거리며 평소 안 하던 걱정을 해야 한다. ‘질병(疾病)’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인간이 던지는 질문은 딱 세 가지다. ‘어디가(where) 불편한가?’ ‘무엇이(what) 문제인가?’ ‘어떻게(how) 해야 낫는가?’ 질병은 오로지 이 세 가지 문제제기만 할 줄 안다.
가령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해 보자. 환자든 의사든 가장 먼저 아픈 부위를 찾는다. 흉추 부위인지 요추 부위인지, 뒷목까지 뻗치는지, 골반까지 주저앉는지, 몸을 더듬으며 불편한 부위를 확정한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검사한다. 뼈인지 근육인지 신경인지, 무엇 때문에 그 부위가 불편한지 탐색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되면 해결책에 대한 (환자와 의사 간) 적절한 합의로 질병에 대한 문답(問答)은 끝이 난다. 수술을 하라, 약물을 복용하라, 운동을 하라 등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다. 질병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우리는 이것 이상의 어젠다를 설정할 수가 없다. 아프던 부위가 안 아프면 끝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은 흡사 카센터에서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과도 같다. 허리가 아프다면 이는 노화로 디스크가 손상된 것이고 따라서 손상된 디스크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내 몸에 대해 주체적으로 물을 수 있는 것은 돈이 얼마나 드는지, 회복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정도일 뿐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선거를 앞두고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등 미리 설정된 몇 가지 익숙한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이제는 ‘질병’이 아니라 ‘건강’에 대해 물어야 한다. 건강은 ‘내가(who), 지금(when), 왜(why)?’를 묻는 행위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도, 미래를 전망해 보았을 때에도 인과관계가 분명한가,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는가, 이것을 점검해 보는 것이 건강이다. 동의학은 건강의 조건(소문·素問)을 점검하는 첫머리에, 나는 본래부터 갖고 있던 양심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상고천진·上古天眞), 내 정신은 지금 이 시절과 함께 두루 호흡하고 있는가(사기조신·四氣調神), 내 행위는 얼마만큼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는가(생기통천·生氣通天)를 먼저 묻는다. 이 시절 우리 모두가 던져야 할 어젠다일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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