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의 스크린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극장망 구축 운동 ‘극장을 찾아서’가 지난 15일 첫발을 내디뎠다.
정지영 감독을 위원장으로 김혜준 모두를위한극장 공동영화협동조합 이사장, 오동진 영화평론가, 정원각 구례자연드림파크 문화사업 경영이사, 박미경 총괄기획 PD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 극장을찾아서기획추진단은 15∼18일 전남 구례군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상영기획전과 포럼 등을 열고, 본격적인 ‘대안 상영관’ 운동의 시작을 선언했다. 그동안 지역별로 작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대안 상영관이 운영돼 왔지만 전국 대안 상영관을 묶는 추진단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열린 개막식에는 이장호·김유진·방은진 감독, 배우 안성기, 이춘연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 배급·제작·수입사 관계자 등 150여 명의 영화인이 참석했다. 개막식 후 영화 ‘두 번째 스물’이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국내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13편을 상영하는 기획전이 이어졌다.
16일에는 ‘스크린 독과점 해소를 위한 만민공동회’와 ‘영화공동체 네트워크 포럼’을 통해 극장망 구축을 위한 논의가 펼쳐졌다. 추진단은 앞으로 2∼3년 내에 300∼350개의 대안 상영관을 확보하고, 그 극장들을 네트워크화해 운영하는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오동진 위원은 “서울시 각 구의 구민회관과 부산 등 광역자치단체에 있는 대학 강당·미디어센터 등을 극장으로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이번 상영기획전에 참여한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에 속해 있는 80여 개의 지역 생협 영화관 등을 포함하면 300개 이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간이 마련되더라도 극장 시설과 상영 방식 등이 배급사와 관객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영화 제작자와 수입업자들은 대안 상영관이 장기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잡혀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 멀티플렉스 체인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한 수입사 대표는 “영화 공급자 입장에서 극장의 시설 수준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또 요즘은 대부분 극장에서 ‘디지털 시네마 패키지’(디지털 마스터링된 상영용 영화 파일·DCP)로 영화를 틀기 때문에 추진단이 마련한 대안 상영관에서 DCP로 상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은 “DCP 상영시설을 갖추는 데 8500만∼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에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극장을 찾아서는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다양한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며 “극장 시설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대안 상영관에서 저예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등 작지만 좋은 영화를 배급하고, 올바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월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 등이 국회에 제출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입법 청원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이 청원안에는 대기업이 상영업과 배급업을 겸업할 수 없고, 멀티플렉스에서 특정 영화를 일정 비율 초과해 상영하지 못하며 저예산 영화를 상영일수의 100분의 60 이상을 상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극장업주는 “이 내용을 모든 멀티플렉스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연 관객 수가 50만 명 미만인 멀티플렉스는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에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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