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남창마을) 마을 공동 육묘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LCD모듈팀 직원들이 볍씨를 뿌린 모판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지난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남창마을) 마을 공동 육묘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LCD모듈팀 직원들이 볍씨를 뿌린 모판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충남 천안 남창마을 ‘10년째 결연’ 삼성디스플레이

“자식들보다 더 좋지유.”

지난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남창마을). 마을 공동 육묘장에서 안병영(79) 할아버지가 볍씨를 뿌린 모판을 옮기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볍씨를 뿌려 모판을 만드는 것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물에 담근 볍씨가 싹을 틔우면 모판흙(배양토)을 덮어 모판을 만든 뒤 육묘장에 모로 키워 논에 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니다. 이렇게 만든 2000개의 모판이 올 한 해 송남2리 논농사의 규모라고도 볼 수 있다.

이날 한 해 농사의 시작에 어김없이 ‘푸른 조끼’의 삼성디스플레이 LCD모듈팀 직원 3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직원들은 마을 회관 앞에서 싹을 틔운 볍씨를 모판흙을 넣은 육묘상자에 파종하는 작업을 했다. 상자를 만드는 내내 직원들은 ‘한 해 농사 풍년 되게 해 주세요’라는 바람도 담았다.

모판 만드는 작업에 이어 모판을 경운기에 싣고 육묘장으로 옮기는 작업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맡았다. 삼성디스플레이 정진호 대리는 경운기도 능수능란하게 몰았다. 어렵다는 경운기 후진도 베테랑 농사꾼처럼 척척 해내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정 대리에게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봤느냐’고 물었더니 “이 마을에서 처음 배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경운기 조작법까지 배웠고, 이제는 트랙터도 다룬다고 했다. 도와주려면 제대로 도와야 한다는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였다.

이날 직원들은 80세 이상 고령 농가를 위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볍씨 뿌리기 외에도 육묘장 앞에 있는 큰 밭에서 잡초 방지를 위해 검은 비닐로 길이가 어림잡아 70m 되는 수십 개의 밭이랑을 반나절 만에 뚝딱 만들었다. 이 밭에는 참깨와 고추를 심을 거라고 한다. 비닐을 펴서 이랑에 얹고 고랑에 흙을 덮어 비닐을 눌러주는 작업을 하는 솜씨가 농사를 오래 지어본 사람들처럼 능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손이 바쁠 때면 언제나 달려와 자기 일처럼 도와주다 보니 농사꾼이 다 된 것이다. 특히 이날은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이 마을과 결연을 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라 더 뜻깊은 날이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마을 어르신들과 직원들은 300m 떨어진 마을 회관에 모였다. 아침부터 일하느라 허기도 져서 새참이 생각나는 때였다. 자매결연 10주년을 맞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과 마을주민이 함께 수육과 떡 등 음식을 나눠 먹는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준비해온 음식을 김경옥(51) 부녀회장 등 마을 아주머니들이 주방에서 정성스럽게 조리해 어르신들 테이블에 올렸다. 직원들과 어르신들은 잘 삶아진 수육을 안주 삼아 서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할아버지 건배!’라며 손녀딸 같은 여직원들이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이런저런 질문들을 할 때 동네 어르신들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봉사팀 리더 역할을 하는 정 대리는 “처음 봉사활동을 왔을 때 요구르트 하나 손에 쥐여주신 따뜻한 할머니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면서 “여건이 되는 한 계속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 대리는 “송남 2리가 제2의 고향”이라며 “봉사활동이 아닌 그냥 한번 들러도 마음으로, 사랑으로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이 부모님 같고 할머니·할아버지처럼 푸근하다”고 했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모판에 볍씨를 뿌렸으니, 모내기도 하고 잡초도 뽑고 수확까지 도와서 꼭 그 쌀로 온 가족이 밥을 만들어 먹겠다고 다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천안=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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