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14일 미국 워싱턴DC IMF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IMF·WB 춘계회의 취재기자단 제공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14일 미국 워싱턴DC IMF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IMF·WB 춘계회의 취재기자단 제공
이창용 IMF 아·태국장 인터뷰

대처·슈뢰더·주룽지 등 리더
인기 영합않고 밀어붙여 성공

中 성장전략 ‘소비’로 옮겨가
중간재보다 소비재 수출 유리

양적완화·헬리콥터 머니 등은
중앙은행 재정 역할 무너뜨려


“공짜로 구조개혁하는 나라는 없다. 구조개혁을 주도했던 많은 리더가 자리를 잃거나 비판받았다.”

이창용(56)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IMF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구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답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개혁은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의 화두다. 지난주 열린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도 재정·통화정책과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세 갈래 정책조합(3-pronged approach) 가운데 하나로 강조됐다. 우리나라도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 국장은 “어느 나라나 구조개혁할 때 정치경제학이 작용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아무리 작은 구조개혁이라도 정치적 의지가 없으면 못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적이 있을 정도인데 문제는 이 정치적 의지라는 것이 급해질 때까지는 잘 안 생긴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조선업의 몰락을 사례로 들면서 “계속 (구조개혁을) 안 하고 있으면 결국 그렇게 되고 만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구조개혁이 잘 안 되는 것은 물론 정치권의 잘못일 수 있지만, 아직 먹고살 만하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매우 큰 비용을 낼 수 있고,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확신이 안 들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구조개혁을 밀어붙여 성공한 지도자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 등을 언급했다.

이 국장은 중국 산업재편에 따른 효과가 국가별로 다른 만큼 수출품목 변화 등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성장전략이 수출·투자에서 소비 부문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소비재를 파는 나라는 이익을 보고 투자재나 중간재를 파는 나라는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이익을 보는 산업을 찾는 것”이라며 ‘건강, 성형, 화장품’ 등을 꼽았다.

이 국장은 ‘양적 완화’나 ‘헬리콥터 머니’(경기부양을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통화공급을 늘리는 방법) 등 경기 진작을 위한 중앙은행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헬리콥터 머니는 양적 완화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중앙은행의 재정 역할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무책임하게 돈을 뿌리는 느낌이어서 좋지 않게 생각하며 다른 거시정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 본 뒤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사용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아끼는 제자 가운데 한 명이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워싱턴=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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