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기자들 신변 위협속 취재
태국 등서 2000여명 풀려나


19일 공공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AP통신의 동남아 어선 노예노동 실태가 보도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미국 등에서 판매되는 칵테일 새우(껍질을 깐 새우)가 현대판 노예노동으로 생산·가공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새우는 네슬레나 월마트 같은 대형 식품 유통업체의 유통망을 타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AP통신의 보도 후 2개월여 만인 지난 2월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제노동을 동원해 잡거나 가공한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관세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AP통신의 보도로 인해 미국의 관세법이 바뀌면서 노예노동에 의해 생산된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게 된 이번 기사를 취재한 기자 4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다. 마지 메이슨, 로빈 맥다월, 마서 멘도사, 에스더 투산 등 4명의 AP통신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자신들의 신변 위협도 감수했으며 기사를 앞다퉈 보도하기에 앞서 어선의 노예 선원들이 먼저 풀려나기까지 기다리는 미덕도 보여줬다. 멘도사 기자는 앞서 2000년에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주민 학살’ 폭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이 만든 ‘노예들의 해산물’ 시리즈 기사 덕분에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노예 선원 2000여 명이 풀려났다. 맥다월과 투산 기자는 이를 위해 2014년 당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약 3000㎞ 떨어진 벤지나섬을 찾아가 우리에 갇힌 남자들을 찾아내고, 대화하고, 섬의 항구에서 다른 노예 선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AP통신 기자들은 위성기술, 선적 기록 등을 이용해 이들 노예가 잡은 새우 등 해산물이 벤지나섬에서 화물선에 실려 태국을 거쳐 미국으로 유통되는 과정을 생생히 포착했다.

맥다월 기자는 수상 소감에서 “당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노예노동의 산물인 해산물과) 미국 내 밥상을 어떻게 연결지을지를 생각했다”면서 “각 정부와 인권단체들이 태국 등에 압력을 넣더라도 미국 회사나 소비자들이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숙 기자 musel@munhwa.com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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