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C·D 기업까지 세제 혜택?

고용안정·지역경제활성화
기술유출 방지 등 예외 둬
부실징후기업도 적용 가능

금융당국 등 지적 잇따라
“어느 기업이든 다 해당돼
기활법이 좀비기업 돕는꼴”


정상기업의 사업 재편을 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방만한 ‘예외규정’으로 인해 구조조정 대상인 부실 징후기업 지원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C·D 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노조나 정치권을 등에 업고 부실기업 처리를 위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아닌 과잉공급 업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활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정상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정부 및 산업계, 금융권 등에 따르면 8월부터 시행될 기활법 제4조는 적용대상 기업에 대한 정의와 함께 기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의 조건을 적시했다. 이 중 제4조 1호는 기촉법에 따른 부실징후기업은 기활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했지만 ‘고용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등’을 위해서는 시행령에 따라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서는 부실 징후기업마저 기활법 적용 대상이 될 여지를 남겨놨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고용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이유는 어느 기업이든 해당될 수 있다”며 “신용위험평가상 C·D 등급을 받은 부실 징후기업들이 기촉법에 따라 자산 매각 및 인력 감축 등의 자구 노력 대신 기활법 적용을 받아 세제·금융 등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면 기활법이 ‘좀비 기업’을 돕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기활법 시행을 앞두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시행령 제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지만 아직 이 같은 ‘맹점’에 대해선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기업 구조조정을 챙기겠다고 밝혔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 기활법 적용 심사를 맡은 민관합동심의위원회에서 정치권의 추천을 받은 위원이 노동계의 압력에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을 막기 위해 기촉법 적용 대상 기업을 기활법 적용 대상으로 선정한다면 정상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하게 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활법 적용을 과잉공급 업종으로 한정하다 보니 기촉법 대상 기업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기활법 적용을 판단할 민관합동심의위의 결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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