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아직도 총선에서 왜 졌는지 모르는 것도 넘어 민의(民意)에 대한 모독으로까지 비칠 정도다. 우선,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19일 비대위원장직 조기 이양 계획을 밝혔지만, ‘원유철 비대위’는 그 발상부터 황당하다. 국민이 새누리당에 사상 최악의 참패를 안겨준 것은, 박근혜 정권의 불통·오만·독선과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무기력 여당(與黨), 그리고 청와대 권력에 기댄 일부 인사의 호가호위와 공천 갈등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런데 원 위원장은 패배 책임의 한가운데에 있다. 총선 과정에서 스스로 신박(新朴) 운운하며 ‘정치적 완장’을 자처했었다. 이런 인사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고, 또 이를 수락한 것부터 민의를 무시한 아주 잘못된 첫 단추였다.

예상대로 당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퇴진을 촉구하며 연판장까지 돌리고, “간신” 등의 인신 공격도 나왔다. 이에 원 위원장은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우며 다음 원내대표를 최대한 빨리 선출해 그에게 비대위원장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자신이 비대위원을 임명키로 하는 등 비대위 구성을 강행할 태세다. 원 위원장 역시 여전히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 당의 분열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등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을 뿐, ‘원유철 비대위’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접근임을 인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해 환골탈태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최소한으로라도 응답하려면 비대위부터 ‘대표 경선까지의 관리형’이 아닌 ‘처절한 반성과 개혁의 상징’이 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배경에는 당권 경쟁 속셈까지 감춰져 있다. 친여 무소속 7명의 복당 문제도 원내 2당으로 만들어준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막말’ 의원의 조기 입당은 황당하다. 기득권 세력이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신망 받는 인물을 영입해 당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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