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마모토 강진 후폭풍

소니·토요타 등 생산거점
피해 부품업체 납품 못해
다른 공장까지 가동 멈춰

후지필름·정유사도 타격
폐쇄… 조업 재개 불투명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을 강타한 지진으로 토요타자동차 등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이 조업 중단이란 타격을 입으면서 엔고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토요타처럼 구마모토현 내에 주요 생산거점을 둔 일본 기업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자, 일본 안팎에서는 일본 경제·산업 분야에 있어 구마모토현이 차지하고 있는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및 규슈(九州) 지역에는 소니, 토요타 등 일본 기업의 주력 공장이 설치돼 있다. 특히 액정 패널용 부자재 생산에 있어 전 세계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는 후지필름의 자회사 공장을 비롯해, 지진 등으로 조업이 중단되면 일본 이외의 지역에도 타격을 입히는 생산 거점이 다수 들어서 있다.

소니의 경우 화상 센서용 반도체를 취급하는 공장이 구마모토현 기쿠요(菊陽)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이 공장은 14일 첫 지진 이후 조업이 중단됐다. 소니의 구마모토 공장이 언제 조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정이다. 조업 차질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소니 측은 지난 18일 스마트폰용 화상 센서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타사인 후지쓰(富士通)의 미에(三重)현 공장에서의 위탁 생산 확대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카메라용 센서는 그룹 내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후지필름의 공장도 조업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후지필름은 구마모토 공장에서 액정 패널용 자재인 편광판용 보호필름을 제조하고 있다. 현재는 창고의 재고로 납품을 감당하면서 20여 명의 기술진을 파견해 조업 재가동을 위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일이 더 걸릴 경우 가나가와(神奈川)현 또는 시즈오카(靜岡)현 공장에서 대체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인 토요타는 18∼23일간 전국의 공장에서 단계적으로 생산을 중지하고 있다. 토요타에 차량 도어 개폐 제어장치를 납품하는 부품업체 아이신의 자회사가 구마모토에서 지진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토요타는 본사 및 그룹계열사의 총 15개 공장, 26개 생산라인의 조업을 중단했다.

아이신 측은 구마모토 공장에 지원 인력 60여 명을 파견하고 피해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신의 구마모토 공장은 변전 설비 등을 복구하지 못해 생산 설비 작동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복구 지연으로 인해 아이신도 타 지역 공장에서의 대체 생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신의 납품 지연으로 인해 조업을 중단한 토요타는 4∼6월 기간 동안 약 300억 엔(약 3180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미쓰비시(三菱)UFJ모건스탠리 측은 예상했다.

액정 패널 생산에 필요한 회로원판을 생산하는 호야의 구마모토 공장은 16일 지진으로 화재까지 났다. 호야 측은 적어도 한 달은 공장이 폐쇄될 것이라며 한국과 대만의 자사 공장에서 액정패널을 생산할 계획을 수립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르네시스테크놀로지는 14일부터 구마모토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대체 생산시설을 찾지 못한 채 공장 가동 재개만 기다리고 있다.

또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는 규슈 오이타(大分)현 정유공장의 석유선적을 중단했고 타이어 제조업체 브리지스톤도 구마모토 공장 가동재개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혼다자동차는 22일까지 구마모토현의 이륜차 공장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7일 재난 평가업체 키네틱애널리시스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적 손실액이 660억 달러(약 75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일본 글로벌 기업들의 조업 중단은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일본의 3월 수출 현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어들어, 6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의 수출 감소 폭은 지난해 10월(-2.2%), 11월(-3.4%), 12월(-8.0%) 등으로 확대됐다가 올해 1월(-12.9%)을 정점으로 2월(-4.0%)에는 축소되는 듯했지만, 3월에 다시 확대됐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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