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1∼2장 짧은 이야기

소설가 구자명(59·사진)이 한뼘 소설집 ‘진눈깨비’(나무와숲)를 펴냈다. ‘미니픽션’이라고도 불리는 한뼘 소설은 A4용지 한두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다. 구 작가는 한국미니픽션작가회 창립 회장이자 운영위원으로, 이 새로운 글쓰기 형식의 맛을 이번 소설집에서 제대로 살려냈다.

핵심은 여운과 통찰이다. 소설가 방현석이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지닌 나무들로 울창한 숲”으로 소설집을 비유한 만큼 55편의 한뼘 소설은 짧은 분량에 어울리지 않는 넓이와 깊이를 보인다.

표제작은 이별을 앞둔 남녀의 이야기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 남자와 여자는 둘 모두 만나 이별을 통보하려 한다. 빗방울은 점점 눈으로 변하고 있는 시점이다. 서로를 위해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비도 눈도 아닌 이들의 사랑처럼 하늘에서는 진눈깨비가 날린다. 소설은 “적막한 강변 카페에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말없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며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연인과 타인의 경계를 오가는 모든 헤어짐의 순간은 이 한 장면과 닮았다.

또 다른 한뼘 소설은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풍자와 해학으로 사회를 비판한다. ‘현모열전’은 ‘율곡어미상’ ‘석봉어미상’ 등 용어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광적인 교육열을 짚고, ‘오징어와 공생공사하는 세 가지 방법’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내 먹거리 현실을 드러낸다. 소설집에는 구 작가가 2014년 낸 동인 ‘23.5’의 세태풍자 소설집 ‘돌멩이 하나’에 발표한 단편 ‘세 별 이야기’도 실렸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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