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멍게 수확철을 맞아 통영과 거제 앞바다 등 경남 남해안에서 멍게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쌉싸름하면서 감칠맛이 일품인 멍게는 양식이 쉽고 대량 생산되는 해산물이어서 횟집에서 내놓는 ‘서비스 안주’의 대명사로도 통한다.

이처럼 흔하고 값싼 식품이지만 인체에 유익한 여러 효능을 알고 나면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는 것이 멍게다. 저열량·저지방 식품인 멍게가 다이어트에 유익한 해산물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방질이 거의 없어 해삼·해파리와 함께 ‘3대 저칼로리 수산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멍게가 ‘시린 이’ 증상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해양수산부의 ‘해양섬유복합 소재 및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기술개발’ 연구사업에 참여한 황동수 포스텍 교수팀은 멍게의 상처 회복 원리를 활용해 시린 이 치료 소재를 개발했다.

멍게는 염분과 조류에 둘러싸인 거친 바닷속에서도 상처 난 조직을 붙이는 접착물질 덕분에 몇 시간 안에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 이 같은 멍게의 특성에 착안해 연구진은 멍게 혈액에서 추출한 접착물질인 갈산(gallic acid)을 이용해 개발한 치료 소재를 치아에 실험한 결과 5분 만에 코팅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멍게 갈산과 철을 결합한 치료제가 시린 이 통증을 유발하는 상아 세관을 덮어 신경 자극을 막아낸 것이다. 또 이 치료 소재가 타액의 칼슘 성분과 결합해 골(骨) 성분을 생성, 손상된 치아를 건강하게 만드는 치아 복원 효과도 보였다.

이가 시린 현상이 치아를 감싸고 코팅 효과를 발휘하는 법랑질이 손상돼서 나타나는 것인 만큼 멍게 추출물이 어떻게 시린 이 증상에 도움을 주는지 곧 이해할 수 있다.

멍게의 효능은 이뿐 아니다. 멍게 특유의 향을 유발하는 성분인 신티아놀(cynthianol)부터 보자. 불포화 알코올의 일종인 신티아놀은 숙취 해소에 유용하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과 관련해서는 인체에 필수적인 미량 금속인 바나듐(vanadium)도 빼놓을 수 없다. 멍게 100g에는 48㎍의 바나듐이 함유돼 있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당뇨병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인다.

또 멍게에 풍부한 다당류 글리코겐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기침, 천식 등의 해소에도 유익한 성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철인 봄·여름에 수확된 멍게의 글리코겐 함량이 겨울철 멍게보다 8배 정도 많다. 굴과는 달리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 멍게 맛이 가장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화 예방을 돕는 셀레늄도 멍게에는 풍부하다. 셀레늄은 세포 내 과산화물의 농도를 낮춰 활성산소 생성을 방지해 준다. 셀레늄이 피부노화 방지와 염증 치료에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셀레늄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해 남성 갱년기 증상도 완화해 준다. 그래서 일부 영양학자들은 셀레늄을 ‘젊음의 묘약’이라고 부른다.

멍게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은 노인성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중요한 플라스마로겐(plasmalogen)이 멍게에 있으며, 이 성분이 학습능력 저하를 방지하고 뇌의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우둘투둘한 멍게 껍데기에서 ‘콘드로이틴 황산’이 추출돼 화제가 됐다. 이 성분은 발모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쥐 실험에서 ‘마이녹실’보다 5배나 높은 발모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이 성분을 이용한 탈모 방지 샴푸 개발이 한창이다.

멍게는 눈으로 봤을 때 껍데기 색깔이 깨끗한 것을 골라야 한다. 붉은색이 선명하면서 껍데기가 마르지 않고 촉촉한 수분이 골고루 느껴져야 좋은 것이다. 속살은 맑은 주황색이 도톰한 형태로 있어야 한다. 또 껍데기를 만졌을 때 단단한 것이 싱싱하다.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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