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일본 방위대학교에서 졸업생 최고상인 야마자키(山崎)상 수상 대상자란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 일본 자위대원들로부터 ‘역시 대한민국 군인이다’라고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자위대 장교 양성 기관인 방위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야마자키상을 2회 연속 수상한 김진웅(41·공사 47기) 공군 소령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위대 석사와 박사 졸업식에서 연이어 야마자키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는 자부심에 5년간의 일본 유학 기간 흘린 땀과 눈물이 씻겨나가는 듯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야마자키상은 일본 초대 방위대 학술교육진흥재단 이사장인 야마자키 데이이치의 업적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으로, 매해 방위대 석·박사과정 졸업생 중 학업성적 및 연구성과가 가장 우수한 1명에게 수여된다. 각종 학회활동과 외부기관 평가, 졸업논문 심사 성적 등도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김 소령은 석사과정을 마친 2013년 제25회 야마자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박사과정을 수료한 2016년에도 제28회 같은 상을 받았다. 야마자키상을 외국 유학생이 수상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석·박사 과정을 통해 연속 2회 수상한 것은 김 소령이 방위대 설립 이래 최초로, 일본인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한·일 안보협력이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일본 군사력 증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등 민감한 시기에 일본 방위대에서 대한민국 공군 간부로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 소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위대 내에서의 한국, 특히 한국군에 대한 이미지는 성실하고 바르다는 것”이라며 “자위대 간부들이 선진 군대의 예로 미군과 더불어 한국군을 언급할 때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본 방위대에서 유학 중인 한국군은 많지 않지만 한 명 한 명이 한국군과 일본 자위관들 간 의사소통 및 교류를 통해 양국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방위대 입학 당시인 2011년 한국군이 13명이었으나 그해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등으로 점차 수가 줄어 2016년 졸업 당시에는 김 소령을 포함해 3명에 불과했다.
김 소령은 일본 방위대에 입학한 첫해 전공을 바꿨다. 공군사관학교에서 전공했던 영문학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공과 계열로 전과했다.
“조종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언어 실력 외에 전자공학 분야의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고, 일본이 특히 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밖에 공부할 수 없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해외 유학지로 일본을 택한 것과 관련, 김 소령은 “일본은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 과학 분야의 선진국이어서 전공하게 될 전자공학 분야에서 기초부터 응용까지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소령은 돌이켜보면 공군사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것이 오히려 ‘전 과목 A학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학원 과정은 연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대회에 발표하고 학술지에 투고도 하는 등 종합적인 활동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며 “상대적으로 다른 일본 방위대 학생들보다 언어 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많고 발표 시에도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야마자키상 2회 연속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성실성’이었다. 김 소령은 식사하는 시간도 아까워 매일 점심을 연구실에서 빵 한쪽으로 때운 탓에 체중이 5㎏ 이상 빠져 얼굴이 홀쭉해졌다. 그 때문에 ‘호빵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 소령은 “점심값이 비싸기도 했지만 오후에 집중력 향상을 위해 소식하면서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며 “주변에서 저를 호빵맨으로 부르는 동료들이 생겨나더니 나중에 저를 따라 하는 연구실 동료도 생겼다”고 소개했다. 한국인 특유의 ‘헝그리 정신’을 좋은 성적의 요인으로 꼽은 김 소령은 “정신적인 무장과 절실함이 일본 학생들과 저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소령은 일본 방위대에서 레이더 안테나에 필요한 강유전체 재료인 ‘BZT 박막’을 개발해 전자공학·전자재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소령에게 첫 야마자키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석사과정 논문의 주제도 ‘금속 타깃을 이용한 고주파 유전 특성과 낮은 유전손실 특성의 강유전체 재료 개발’이다. 김 소령은 일본 유학 시절 “고주파 대역의 각종 통신 장비에 장착해서 효과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재료 및 소자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도출했다”며 “그중 하나가 저가 및 경량화가 가능한 강유전체 BZT 박막 개발로, 박막의 제작기술 및 평가 결과에 대해 학위 논문 및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김 소령은 “향후 공군력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고주파 대역에서의 위상배열 레이더 기술력”이라며 “최근 기술 보호 장벽으로 미국에서 기술 이전을 실시하지 않은 다중위상배열(AESA)레이더 미래전에 대비, 자주적 전력체계 구축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핵심기술을 독자개발 할 수 있다면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포함한 국방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연구성과는 2013년 제29회 한·일 국제 세라믹스 학회 ‘최고 발표상(Best Presentatio Award)’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제9회 아시아 강유전체 및 전자 세라믹스 학회의 ‘최고 학생상(Best Student Award)’ 수상 등으로 증명됐다.
김 소령은 방위대 이·공학 연구 분야에서 최단 기간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기록도 갖고 있다. 방위대 박사학위심사위원회뿐 아니라 공식적인 학위심사기구인 일본 문부과학성의 심사에서도 통과해 최단기간인 만 3년 만에 방위대 졸업식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다. 일본 방위대는 방위성 소속으로, 방위성 설립법에 따라 설치됐기 때문에 석·박사학위의 자체 수여가 불가하고, 교내 졸업논문 심사 및 최종시험에 합격한 후 일본 문부성에서 주관하는 학위수여 기구에서 별도의 논문심사를 받아야 이를 받을 수 있다. 김 소령은 관련 과정에서 역대 박사과정 학생 중 국내·외 유명 저널 투고 횟수와 국제학회 발표실적 그리고 학교 발전 기여도에서 크게 인정받아 조기 학위 취득의 영예도 안았다.
김 소령은 전공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데 더해 일본의 선진 방위 교육 시스템을 보고 배운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소령은 무엇보다 “동남아 국가의 유학생들에 대한 집중적 지원 및 체계적 관리를 통해 추후 일본 방위대 출신의 각국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일본과 본국 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습이 군사외교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일본 방위대는 일부 동남아 유학생에게 체재비를 제공하고 이들을 위해 1년간의 일본어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이어 학부과정 4년, 석사 및 박사과정 5년 등 총 10여 년을 방위대에서 유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다. 그는 “한국군의 경우도 외국군을 수탁해 교육을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좀 더 유기적이며 집중적인 관리를 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해 훨씬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상호 긴밀한 협조 관계가 형성되면 해당 국가와의 외교협력 및 국방 무기 수출, 특히 공군의 경우 한국산 훈련기 수출 등의 국가적인 사업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3월 26일 고국으로 돌아온 김 소령은 현재 공군 본부 연구분석평가단에 배속돼 근무 중이다. 향후에는 국방과학 관련 전문기관에서 전공 분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소령은 “우선 국가와 공군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타국에서 교육을 무사히 마치게 된 데 대해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향후 국방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분야인 위상배열레이더의 핵심 재료 및 소자를 제작해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가면서 고품질의 유전특성을 함유한 박막제작을 통해 고주파 영역에서 각종 통신 및 위성 장비에 응용할 수 있는 국방 과학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국방분야에서의 한·일 협력에 있어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방위대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본 방위대 석·박사 과정의 특성상 대부분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고 보통은 연구실에서 지도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한 분야를 담당하게 마련”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그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확인하는 것이고, 어렵다면 최초에 지도 교수와 상담을 해서라도 최대한 진행하고 싶은 연구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히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또 “공학의 기술적인 분야만을 배워서는 그 활용성이 떨어지므로 본인이 시간을 내서라도 해당 전공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 습득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유학 당시 연구실 주관으로 진행된 연구회에 적극 참여해 보다 폭넓은 지식 및 경험을 습득하고 전공분야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과 교류한 것이 결정적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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