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침체 안타까워 나서
수강생 평소의 2배 ‘대성황’


“인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읽는 법, 생각하는 법,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내 강의로 학생들의 마음속에서 인문학의 불이 켜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맥스 니키아스(64·사진) 미국 남가주대(USC) 총장이 인문학 부활을 위해 대학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그리스 고전 강의에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그리스 고전의 열렬한 팬인 니키아스 총장이 올해 초부터 대학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그리스 고전 수업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LAT에 따르면 총장이 직접 강의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명 정원인 이 강의에는 정원의 2배를 웃도는 64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를 교재로 선정한 니키아스 총장은 “안티고네를 수업 주제로 삼은 것은 안티고네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영웅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리스 고전의 핵심은 인간애”라고 말했다.

그리스 고전을 강의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가 2010년 USC 총장이 되면서부터 시작됐지만 총장 업무가 바빠 엄두도 내지 못하다 올해 초 토머스 하비넥 USC 고전학과 교수와 의기투합하면서 강의를 개설하게 됐다. 하비넥 교수와 함께 ‘아테네 민주주의의 문화’라는 과목을 공동강의하게 된 것이다.

그가 그리스 고전 수업에 직접 나선 것은 대학에서 인문학의 설 땅이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학생은 17만3000명이며 이 가운데 그리스·로마 고전 전공자는 1278명으로,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에서 태어난 니키아스 총장은 10세 때 키프로스의 한 극장에서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을 보면서 고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니키아스 총장은 “대부가 연극을 보기 전 오이디푸스왕 줄거리를 얘기해줬다”며 “연극을 보고 그 비극적 내용보다 극적 긴장감과 의미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이후 그리스 고전에 심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테네 국립공과대를 졸업한 후 도미, 버펄로 뉴욕주립대에서 전자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미숙 기자 musel@munhwa.com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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