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치권은 급속히 구태(舊態)로 돌아가고 있다. 투표하는 순간에만 유권자가 갑(甲)이라는 주장을 입증하는 듯하다. 여야 모두에서 일부 정치인의 경우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성하고 민의를 받들겠다’며 표를 애원하더니, 선거에서 이기자 곧바로 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점령군 행세에 나섰다. 불과 며칠 전에 했던 말과 약속을 뒤집기도 다반사다.

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잘해서 이긴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총선 닷새 전인 지난 8일 광주에서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무릎 꿇고 머리도 조아렸다. 그러나 호남 전체 28석 중 3석밖에 얻지 못하고 참패하자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얼버무렸다. ‘막말’ 탓에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의 행태는 조변석개와 표리부동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김종인 대표가 당에 들어올 때 ‘경제민주화님’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돈 먹고 감옥 간 사람” “(대표 추대는)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8일 “청문회, 국정조사 등 모든 의회권력을 발휘해 구 정권 8년의 적폐를 단호히 타파하겠다”고 했다가 당내에서도 역풍을 맞았다. 참패한 새누리당도 오십보백보다. 당 대표를 향해 막말을 퍼부은 것이 들통 나 공천에서 탈락한 윤상현 의원에 대해 친박 측은 “무조건 복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행태는 한결같이 총선 민의를 뒤집는 것이다. 문 전 대표나 정 의원의 경우, 패권·운동권·막말 정치 청산 요구에 밀렸음에도 선거가 끝나자 주도권 회복을 노리는 전술로 보인다. 천 대표의 강경 발언이나 윤 의원 입당 역시 당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유권자는 이런 배신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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