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 섞인 국내외 소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선, 성장률 전망치의 ‘줄하향’이다. 한국은행은 19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췄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일제히 2% 중후반으로 내려 잡은 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2.9%에서 2.7%로 낮췄다. 정치 리스크발(發) 구조개혁 지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디스는 “여당 의석이 40%에 그쳐 구조개혁이 어려워졌다”며 “그러면 한국 잠재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했다. ‘구조개혁이 실패하면 한국 경제 미래도 없다’고 공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정부·정치권은 아직도 그 모양 그 꼴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구조조정 문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호언했다. 경제 수장이 강력한 의지를 밝힌 건 만시지탄이지만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해당 부처 반응은 그의 결의가 또 수사(修辭)에 그칠 뿐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해양수산부는 “해운업 구조조정에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산업부·국토해양부도 철강·유화·건설은 아직 문제없다는 분위기다. 이런 정부가 ‘범정부구조조정협의체’를 5개월 만에 재가동한들 무슨 성과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정치권은 역주행이다. ‘민생 우선’을 약속해 다수당이 된 야권은 경제 현안은 팽개친 채 세월호특별법 등 정치 이슈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권력투쟁도 점입가경이다. 거제·울산·통영 등 조선과 중공업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대놓고 구조조정 반대 움직임을 부추긴다.

한국 경제는 5년이 넘도록 2∼3%대 성장에 머물 만큼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추세다. 이런 여건에서 경제를 살릴 근원 해법은 한계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금융 등 분야의 구조개혁 뿐이다. 유연한 재정·통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그게 경제 체질을 다지고 성장 잠재력도 높이는 길이다. 당장의 성장률 하락과 고용 악화가 두려워 구조조정을 늦추면 더 큰 화를 부른다. 내년부터 본격적 대선 국면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은 8개월도 남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기간 구조조정에 사활(死活)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를 망친 ‘역사의 죄인’이라는 멍에도 떨쳐낼 수 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