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벽시계를 본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자 위의 보드카도 반쯤 비워졌고 벌써 밤 11시 반이다. 따라 일어선 하선옥에게 서동수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난 여자하고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서 탈이야.”

“저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하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하선옥은 반팔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는데 날씬한 몸매가 다 드러났다. 서동수가 앞에 선 하선옥을 보았다.

“지금도 나하고 김동일하고 연방 대통령 선거에서 붙으면 내가 진다는 사람들이 많아. 하 박사 의견은?”

“신빙성이 있습니다.”

하선옥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남한 사람이 연방 대통령이 되면 일제가 조선 식민지를 통치했던 것처럼 북한 인민을 종으로 부릴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듯한 사례까지 붙어서 유포되고 있거든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한 걸음 다가섰다. 이제 하선옥과는 반걸음 사이여서 손만 뻗으면 허리를 안을 수 있다. 서동수도 보고를 받은 유언비어다. 북한 민생당이 조직적으로 퍼뜨렸고 그럴듯한 사례는 한국 민족당이 조작해서 보여준다. 손발이 맞는다. 하선옥이 말을 이었다.

“또한 1년 남은 연방 대통령 선거 전에 국내외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도 모릅니다.”

그 변수는 수십 가지다. 일본과 중국의 견제는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이며 민족당은 당의 명운을 걸고 저지할 것이다. 서동수가 연방 대통령이 되면 민족당은 사멸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연방으로 통일돼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를 이어받은 인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민족당은 내부 구성원은 물론 당령, 당명까지 바꾸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때 서동수가 팔을 뻗어 하선옥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하 박사.”

하반신이 붙었고 서동수가 부르자 하선옥이 상체를 조금 젖힌 모습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하반신이 더 밀착되는 순간 하선옥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동수의 단단해진 남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선은 떼지 않는다.

“통일이 되면 드러나게 될 반역자들이 있어. 그들이 필사적으로 방해할 거야.”

“그렇군요.”

하선옥의 두 손이 서동수의 가슴에 포개졌다.

“반역의 증거들이 드러나겠군요.”

“북한 측에서 협조해줄 테니 깜짝 놀랄 만한 거물 반역자도 밝혀지겠지.”

“필사적으로 나오겠군요.”

그때 서동수가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놈들이 내 목숨을 노리고 있어.”

놀란 하선옥이 숨을 들이켰고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이 놈들한테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 그렇지 않아?”

“그, 그것이 사실인가요?”

서동수가 하선옥의 검은 눈동자에 박힌 제 얼굴을 보았다. 하선옥에게 오기 전에 국정원 요원들을 만나고 온 것이다. 그들에게서 들은 것이다.

“오늘 밤 자고 갈까?”

대답 대신 서동수가 묻자 어깨를 조금 올렸던 하선옥이 머리를 끄덕였다. 시선도 떼지 않는다.

“전 준비됐어요.”

“무슨 준비라는 거야?”

놀란 듯 서동수가 물었더니 하선옥이 눈을 흘기면서 허리를 비틀었다. 그 순간 서동수의 남성이 하선옥의 다리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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