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주지사가 대신 맞아
외신 “양국관계 상징” 지적

정상회담서 “동맹” 재확인
민감사안은 의견교환 피해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양국의 상호 불신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사우디 정부 측의 오바마 대통령 영접단이 초라했다는 점 등에 주목, 이란 핵 합의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사우디 관계가 이날 정상회담으로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살만 국왕이 리야드의 에르가 궁에서 2시간 동안 회담을 나눈 뒤 양국의 전통 동맹과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성명을 20일 발표했다.

두 정상은 또 중동의 정세 안정을 위해 포괄적 접근(inclusive approach) 전략을 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시아파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면서 불거진 역내 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백악관이 20일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가 ‘9·11테러-사우디 연계 의혹 법안’ 등 민감한 사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임기 말인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 순방길에 나선 것은 흔들리고 있는 양국 관계를 달래기 위해서였는데, 이날 회담에서 형식적인 외교 언사만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 미국 내에서는 의회가 “사우디가 2011년 9·11 테러에 자금을 지원했다”면서 외국 정부에 대한 조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심의하는 등 사우디를 자극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지난 3월 시사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안보에 무임승차하는 사우디에 넌덜머리가 난다”고 지적해,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된 상태다.

양국의 관계 회복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오바마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 나타난 사우디 측 인사가 살만 국왕이 아닌 리야드 주지사 파이잘 왕자였기 때문이다. 살만 국왕은 이날 자국을 찾은 걸프협력회의(GCC)의 정상들에 대해선 공항까지 나가서 영접했다.

가디언과 CNN 등 외신들은 ‘모욕(snub)’ ‘냉랭(chilly)’이란 표현을 써가며 “양국의 현재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살만 국왕과 정상회담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걸프 지역 수니파 6개국으로 구성된 GCC에 참석한 뒤, 다음날인 21일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와 9·11 테러범들을 계속 연관 지을 경우 사우디가 보유한 미국의 채권을 전량 매도하겠다”던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의 협박성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WP는 “사우디가 실제 그런 액션을 취한다면 정작 잃을 게 더 많은 당사자는 그들”이라면서 “사우디가 보유한 미국의 채권이나 자산의 양은 (중국이 가진 미 채권에 비해) 미미한 데다가,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사우디 경제는 매우 황폐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금보유액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정부는 최근 국제 금융기관에서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를 대출받기로 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채무국 반열에 올랐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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