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400년 되는 날이다. 영국과 스페인이 낳은 두 명의 대문호가 타계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제정했다.

BBC는 18일 두 대문호의 삶과 작품, 그리고 사후 추모행사까지 비교하며 ‘셰익스피어 때문에 세르반테스가 빛을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BBC 지적에 따르면 세르반테스의 타계 400주기를 기리는 행사가 셰익스피어 추모행사에 비해 규모와 질 면에서 다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말 런던 템스 강 일대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라이브 프로그램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는 이른바 ‘완벽한 산책(더 컴플리트 워크·The Complete Walk)’ 프로젝트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 행사 홍보를 위해 올해 초 직접 쓴 기고문이 전 세계 주요 신문에 실린 바 있다. 행사 당일 웨스트민스터다리와 타워다리 사이를 따라 총 37편에 달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10분짜리 단막극들로 특별 제작한 영상이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립 조폐국은 셰익스피어 기념주화도 3종 발행한다. 이 밖에도 영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반면 세르반테스 타계 400주기 추모식은 주요 도시 박물관에서 개최될 전시회나 콘퍼런스가 전부다. 스페인 문화부는 “세르반테스 기념 프로그램은 아직 작업 중”이라면서 “내년쯤 돼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400주기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그냥 넘기겠다는 얘기다. BBC는 “스페인 정부의 세르반테스에 대한 액션플랜은 다소 덜 야망적인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세르반테스가 조명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스페인 비평가 안드레아 트라피엘로는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돈키호테의 문학사적 가치를 알고는 있지만, 세르반테스의 문체가 너무 어려워 스페인 국민조차도 50쪽 이상을 넘기기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성인의 단 20%만이 돈키호테 전문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극으로 만들면 흥행에 성공하지만, 돈키호테를 영화화한 작품은 모두 실패했다는 비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율리오 크레스포 세르반테스문화원 런던지부장은 그러나 “이런 식의 (비교) 평가는 무의미하다”면서 “두 대문호 모두 각자의 모국어와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역사적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