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흐름 흐트려 시청자들 거부감
방송사 지급 제작비 50% 미만
제작사 “PPL 없으면 도산할 것”
노출된 상품들 매출 상승 큰 효과
한국 브랜드 수출 ‘긍정적’ 측면도
오른쪽 세 사진은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발 한류를 재점화시킨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 중 한 장면이다. 위에서부터 각각 ‘시크릿가든’(2010년)과 ‘신사의 품격’(2012년), 그리고 ‘태양의 후예’다. 이 중 과연 PPL(제품간접광고·Product Placement)이 쓰이지 않은 장면은 어느 것일까?
정답은 ‘태양의 후예’다. 주인공 유시진이 북한군인 안상위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장면을 보며 “노골적인 PPL”이라는 원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는 군인들에게 초코파이가 ‘남다른 존재’고, 이 과자가 ‘정(情)’을 나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제작진의 설정이었다.
그렇다면 ‘시크릿가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거품 키스’는 어떨까? 거품 키스를 나눈 배경이 PPL인 카페베네였고, 이 방송 이후 카푸치노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커피숍이라는 배경과 여성의 입에 묻은 우유 거품을 절묘하게 활용한 이 장면은 ‘잘 녹인 PPL’의 백미로 꼽힌다.
‘신사의 품격’에서는 책이 PPL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2010년 출간된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등장해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고, 신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모르는 여인들’도 노출됐다.
정답을 맞췄는가? 이렇듯 PPL은 활용법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태양의 후예’, 정말 PPL이 망쳤나? = ‘태양의 후예’는 잦은 PPL 때문에 인기만큼 원성도 높았다. 드라마 속에 PPL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박도 있다. 전쟁 상황인 우르크에서는 PPL을 소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온 후 후반부 4회에 PPL이 집중된 것이다. 그러나 앞선 12회가 진행되는 동안 PPL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시청자들이 갖는 거부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PPL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인기 드라마에 노출된 상품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외로 수출되는 한류 콘텐츠임을 감안하면 한국 브랜드를 해외에 알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태양의 후예’의 한 관계자는 “PPL에 관대한 편인 중국 측에서는 ‘더 넣자’는 제안도 있었다”며 “논란이 불거졌지만 제작진은 적정 수준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130억 원이 투입된 ‘태양의 후예’에 PPL이 없었다면 제작비 수급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 한류 콘텐츠가 된 ‘태양의 후예’는 과도한 간접광고를 넣었다는 이유로 오는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PPL 없으면 드라마 제작 못합니다”… 이유있는 항변 =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은 “욕먹어도 PPL을 안 넣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배우들의 출연료와 작가 집필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50% 미만이기 때문에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PPL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드라마 앞뒤로 붙는 광고료는 방송사가 100% 갖기 때문에 제작사는 손익분기점 맞추기도 빠듯하다”며 “톱스타가 출연하는 ‘태양의 후예’는 PPL 매출이 30억 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0억 원 안팎이다. 이마저 제동이 걸린다면 대부분 외주 제작사는 도산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에는 PPL을 전담하는 마케팅 PD가 있다. 마케팅 PD는 미리 대본을 읽고 각 장면에 노출시킬 수 있을 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제안서를 넣는다. 현대극의 경우 자동차, 휴대전화, 커피숍, 화장품은 필수다. 광고 효과가 높은 스타가 출연하면 PPL 단가는 상승한다. ‘태양의 후예’를 공동 집필한 김원석 작가는 “작가실에 PPL 관련 아이디어를 내는 담당자가 있었다”며 “그가 아이디어를 내면 작가들이 회의를 통해 대본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PPL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작가의 주요 역량이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PPL을 섭외받은 제품을 대본에 반영해 달라고 작가를 설득하는 것도 제작사의 몫”이라며 “제품을 대놓고 드러내면 오히려 대중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도 ‘은근히’ 노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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