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와대 비서관의 금융기관 요직 진출설(說)은, 만약 사실이라면 관련 당사자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다. 해당 은행 측에서 ‘미정(未定)’이라는 입장이어서 실제로 취임할지, 없던 일로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KB국민은행 상임감사(監事)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것만으로도 논란이 증폭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0일 “금융산업에는 아무런 인연도 경험도 없는 무자격자가 국내 최대 시중은행 감사를 맡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으며, 더불어민주당도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실상은 차차 밝혀질 것이지만,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핵심인 성과연봉제를 놓고 금융노조가 저지 투쟁에 나선 가운데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면 어떻게 개혁의 정당성을 내세우겠는가. 둘째, 공직자로서의 신 전 비서관의 자질도 의심된다. 자신의 업무에 속하는 총선을 하루 앞두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무책임한 행위다. 셋째, 그는 총선 패배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문책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금융 문외한이다.

‘권력의 오만’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인사위원회’까지 가동하고 있다. 상급자는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과 이병기 비서실장이다. 그런데 21일 오전에도 청와대 대변인이 “아는 바 없다”고 했다. 두루뭉수리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경위를 밝히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그러잖아도 낙천·낙선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투입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공직자가 전문성을 살려 자리를 옮길 수는 있지만 이번처럼 어이없는 경우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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