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 건양대 교수, 前 통일연구원장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차량과 인력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을 보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짙다. 지금은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가 유엔헌장 제7장 41조에 의거해 제2270호 결의를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도를 더해가는 중이고, 중국과 러시아까지 ‘2270호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한 상태다. 이 와중에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국제사회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반드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저지해야 한다.

물론, 평양의 속셈을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2270호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을 보면 북한으로서는 기왕에 매를 맞는 동안 원하는 실험들을 강행해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싶을 것이다. 추가적인 증폭분열탄 실험도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선 이와 관련, 과시용이니 내부결속용이니, 7차 당대회 축포용이니 하는 분석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핵실험은 기본적으로 핵무기의 실전배치와 경량화·소형화·다종화를 위한 기술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핵군사력을 운용하기 위해 전략군 체제를 구축했다. 당중앙군사위원회가 핵정책 결정을, 국방위 산하 제2경제위원회가 자금·물자 지원을, 그리고 원자력공업부가 연구·개발을 담당하도록 조직 체계도 완비했다.

만약, 현 추세로 핵 개발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10년 이내에 50개 이상의 1세대 원폭 및 2세대 수폭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동발사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탄(ICBM) 등을 운용하는 중견 핵강국이 될 것이다. 그러면 세계 핵질서를 지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더욱 심하게 요동칠 것이며, 한국의 안보는 더 깊은 ‘취약성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현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도록 공조하는 한편 더욱 강력한 대북 경고를 보내야 한다. 추가 핵실험 때 취할 제재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유엔헌장 제42조에 의거한 군사(軍事)제재의 가능성도 검토할 때가 됐다. 북핵 위협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도 이 방향으로의 국제 공조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때일수록 북한을 포용하고 핵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외교 공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대화하라는 요구가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순 없다. 다만, 대화도 대화 나름이고 시기가 중요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상태에서의 ‘가짜 대화’는 국제 공조를 희석시키고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무익(無益)한 데 그치지 않고 유해(有害)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 제재는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대화’를 열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시기적으로도 그렇다. 현재로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저지하고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일보다 더 시급한 안보국익은 없다. 그래서 정부도 국제사회를 향해 안보리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호소하고 있다. 2270호의 제재 효과에 대한 평가는 분기별로 하게 돼 있으며, 우리는 아직 첫 성적표도 받아보지 않았다. 지금은 지도층 인사들이라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평양 정권에 그릇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언행을 해선 안 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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