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 고려대 경제학과· 그린스쿨 교수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중국 리스크’와 최근 지속되는 ‘북한 리스크’에 더해 총선 이후 ‘정치 리스크’라는 암울함이 덮치면서 경제에 어두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의 회복뿐만 아니라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대외 여건은 여전히 어렵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의 3.2%에서 2.7%로 낮춰 발표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4%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는데 그 원인으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유가를 비롯한 재화 가격 하락, 신흥국에 대한 자본 유입 하락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국내외 기관들도 이미 2% 중반대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세계 경제 추이를 반영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국외 경제 상황을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내 문제점은 해결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에 3.2%에서 3.0%로 내린 이후 지난 19일 2.8%로 다시 낮춰 발표했다. 총선 이후 무디스나 피치와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를 보면 이러한 전망을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선거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선거 기간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여당 대표가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야당들의 행보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각종 적폐를 타파하기 위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은 정치적 구호로만 들리지 않는다. 당장 다수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제윤경 더민주 비례대표 당선자가 추진하겠다는 ‘죽은 채권 부활금지법’도 있다. 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추심하지 못하도록 하고 소각하자는 것이다. 당장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사회적으로 성실하게 부채를 갚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허탈감을 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계층의 차입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총선 이후 ‘정치 리스크’라는 어둠의 그림자는 이제 시작이다. 총선이 끝나면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달려갈 정치집단은 경제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경제 구조개혁 정책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이 판을 치고 조선·해운 등 한계상황에 직면한 산업 부문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정치권의 간섭으로 지지부진할 것이 명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新)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새로운 투자는 더욱더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정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은 모두가 지지부진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업개혁’을 추가해 추진하려고 하는 ‘4+1 개혁안’이 과욕이 아니기를 바란다. 당장 정부 내에서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엇박자 발언도 해소되지 않았다. 정치는 다음 선거에서 회복하면 되지만 경제는 회복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정치권이나 정부는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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