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덴탈 유니버스 /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책방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본능에 가깝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철학과 종교, 과학 등 학문이 생겨났다. 특히 과학은 근대 이후 가장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는 지식체계로 자리 잡았다. 과학자들이 만든 수많은 법칙은 현재 인간이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는 주요 인식 틀로 쓰인다.

하지만 때로 정설로 알려진 과학이론이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모든 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똑같다는 믿음이 깨졌다. 1970년대 초 X선 망원경 발명으로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천체들이 드러났던 때는 또 어떤가. 세계관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한 발견이 이어지면서 절대적 진리에 대한 의문도 고개를 들었다.

‘엑시덴탈 유니버스(The Accidental Universe·우연의 우주)’는 우리가 이 과학을, 또 우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과학 에세이다.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최초로 과학과 인문 분야에서 이중으로 교수직을 맡은 앨런 라이트먼. 한국적 표현으로 하면 문과적 감수성과 이과적 분석력을 겸한 인물이다. 책 역시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적막하고 거대한 우주를 탐험한다.

이론물리학자는 모든 과학자가 그렇듯 몇 가지 기본원리와 매개변수만으로 우주의 모든 속성이 설명되길 원한다. 1970∼1980년대에는 자연의 네 가지 기본 힘인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의 비밀이 대부분 밝혀지며 ‘만물의 이론’ 혹은 ‘최종이론’이라 불리는 물리학의 종착역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새로운 이론과 사고방식이 펼쳐짐에 따라 인류가 우주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우리는 지금 인류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이 새로이 갈라지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고 했다.

최근 가장 설득력 있는 우주 물리이론은 ‘다중우주’다. 물리학자들은 “우리 우주가 터무니없이 다양한 속성을 갖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우주 중 하나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특정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 중 일부는 그저 우주의 주사위를 무작위로 던져 나온 우연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 제목도 여기서 왔다. 우주의 성격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려는 법칙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다중우주’는 종교적 관점이 투영된 지적설계론도 무마한다. 핵력 등 우주의 기본 매개 변수 중 일부의 값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크거나 작았다면 생명은 등장할 수 없었다. 물이나 항성 등 생명의 필수 요건이 생성될 조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주에 존재하는 기본 힘의 강도와 매개변수 값은 마치 생명의 존재를 허용하도록 미세조정 돼 있다. 지적설계론은 이 정확한 값을 설정한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한다.

하지만 ‘다중우주’를 기반으로 볼 때 우리의 우주가 유일한 우주가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우주도 있고, 아닌 우주도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 복권 중에서 우리는 우연히도 생명을 허용하는 우주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그렇다고 창조주의 존재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신론자인 저자는 과학과 양립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종교적 믿음이 있다고 말한다. 우주는 각각의 법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신이 우주를 창조한 뒤 개입하지 않고 지켜만 본다면 신의 존재와 과학의 원리 모두 지킬 수 있다. 라이스대 사회학자인 일레인 하워드 에큰룬드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최상위권대에 몸담은 1700여 명에 가까운 과학자 중 25%가 신의 존재를 믿는다. 과학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다.

인간도 과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존재다. 태양이 핵연료를 소진하고 우주에서 소멸되기까지 50억 년이 걸리는 반면 인간은 100년을 살지 못함에도 불멸을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초월적 경험을 통한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기도 한다. 질서와 합리성을 숭배하면서 무질서와 비합리성도 좋아하는 것이다. 무상(無常)을 강조하는 불교가 열반을 통한 영원불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심오한 모순의 상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과학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전망도 내놓는다. 육체와 분리된 기계와 장치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미래에는 뇌 속에 직접 컴퓨터 칩을 이식해 인터넷 정보에 바로 접속하거나 칩을 신경세포에 연결해 5초 만에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이런 생활 방식에 반기를 든 사람도 존재하겠지만, 저자는 이들이 바깥의 더 큰 세상과는 단절되고 말 것이라고 단언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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