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덮친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무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아스팔트 도로가 엿가락처럼 끊어져 있다.  AP교도연합뉴스
지난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덮친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무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아스팔트 도로가 엿가락처럼 끊어져 있다. AP교도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지난 14일과 16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주택가의 지반이 붕괴돼 갈라진 지반 위에 가옥들이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AP교도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지난 14일과 16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주택가의 지반이 붕괴돼 갈라진 지반 위에 가옥들이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AP교도연합뉴스
지난 16일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에콰도르 포르토비에호 지역에서 한 건물의 하층부가 산산조각이 난 채로 붕괴돼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일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에콰도르 포르토비에호 지역에서 한 건물의 하층부가 산산조각이 난 채로 붕괴돼 있다. AFP연합뉴스
21일 기준 최근 2주 동안 지표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 분포도. 태평양 주변을 고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환태평양조산대 영역과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알프스·히말라야조산대 영역에 지진 발생이 집중돼 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캡처
21일 기준 최근 2주 동안 지표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 분포도. 태평양 주변을 고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환태평양조산대 영역과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알프스·히말라야조산대 영역에 지진 발생이 집중돼 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캡처

한반도, 年평균 43회 지진… 안전지대로 볼 수 없어


지난 14일과 16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연쇄적인 강진이 발생하고, 한반도 남부에서도 수천 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일본을 덮친 이번 지진의 진원지인 ‘환태평양조산대’의 지진·화산 활동에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남미, 동남아의 환태평양조산대 포함 지역에서도 연이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이런 우려는 ‘대지진 50년 주기설’이란 불안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는 환태평양조산대의 영역에서 비켜나 있기는 하지만, 일본 등 환태평양조산대에 포함된 인근 지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강진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간접 피해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 ‘불의 고리’ 란 ?

환태평양지진대와 환태평양화산대를 통칭하는 환태평양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fire ring)’는 태평양 주변의 지진·화산 빈발 지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구상에서 조산(造山)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을 뜻한다. 태평양 주변을 둘러싸며 고리 모양을 형성하고 있어 불의 고리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화산대와 지진대가 겹쳐 있으며 습곡산맥이 발달했고 활 모양처럼 이어지는 섬들이 모인 호상열도가 분포돼 있는 지대이기도 하다.

남극 대륙의 동북쪽 팔머 반도를 비롯해 칠레 서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미국 서부,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쿠릴 열도, 일본 열도, 대만, 말레이 제도, 뉴질랜드 등이 환태평양조산대에 포함된다. 고리 모양인 이들 지역을 연결하면 4만㎞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조산대가 형성된다. 지질학의 판구조론에서 말하는 지각을 덮고 있는 여러 판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의 가장자리에 있어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난다.

2 생성 시기와 배경

환태평양조산대는 중생대부터 신생대 3기 혹은 신생대 4기, 즉 180만 년 전 이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전 중생대 당시 지구를 지배하고 있던 공룡류 같은 대형 파충류나 암모나이트 같은 고대 생물이 멸종한 이후에 포유류, 조류의 등장과 시기를 같이한다. 당시 격심한 알프스 조산운동이 발생하면서 지각의 습곡산맥이 태평양을 둘러싸고 이것이 현재의 환태평양조산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신생대 초기부터 시작된 범세계적인 알프스 조산운동으로 현재의 해륙 분포가 형성됐으며, 환태평양조산대 외의 지진대·화산대도 이때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환태평양조산대는 판구조론에 의해 그 생성 배경이 설명되고 있다. 지각판 가운데 가장 큰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 인도·호주판과 맞물리며 판과 판의 경계 가운데 가장 큰 경계선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기타 각 판의 경계 분포는 다른 지진대 및 화산대의 분포와 일치한다.

3 최근의 지진·화산 활동

구마모토현에서 지난 14일 규모 6.5, 16일 규모 7.3의 연쇄 강진이 발생하면서 환태평양조산대의 지진 활동도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이 영역에서 발생한 지진 등 대규모 재해는 일본뿐만이 아니다. 20일에는 필리핀 산타마리아 동북쪽 14㎞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18일에는 멕시코 중남부의 활화산인 포포카테페틀 화산이 분화해 화산재가 3㎞ 상공까지 치솟아 인근 주민 20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구마모토현에 두 번째 강진이 있던 날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도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환태평양조산대의 영향으로 보이는 지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남태평양의 바누아투에서는 지난 18일 규모 5.9의 지진이 났으며, 앞서 지난 3∼14일에는 규모 6.4∼6.9에 이르는 지진이 네 차례나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남태평양의 통가에서도 18일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4 ‘고리’내 지진·화산 발생비율

지구상의 지진·화산대 중 환태평양조산대의 지진·화산 발생비율은 절대적인 수치를 차지한다. 모든 지진의 90%, 규모가 매우 큰 강진의 81%가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내부에서는 인간이 감지하는 또는 감지할 수 없는 지진을 모두 포함해 매일 1000∼5000회의 지진이 일어난다고 한다. 또 지구상에는 850개 정도의 활화산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들 활화산의 약 70∼80%가 환태평양조산대상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주요 조산대의 역대 강진

문헌이나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20세기 이전의 지진을 제외하고 기계적인 지진 감지가 실용화된 20세기 중반 이후 가장 강력했던 지진은 지난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9.5의 강진이다. 당시 지진으로 165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3000여 명이 부상했으며 약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두 번째로 강력했던 지진은 1964년 3월 2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규모 9.2의 지진이었으며, 3위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이사 북부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대지진이었다. 수마트라섬 강진으로 지진과 함께 쓰나미까지 발생하면서 주변국을 포함해 총 22만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4위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이 역시 쓰나미가 발생해 1만5700여 명의 사망자를 내고 33만여 채의 건물을 붕괴시켰다. 5위는 1952년 11월 4일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이었다. 그러나 주거밀집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해 그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는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 기타 주요 지진·화산대

환태평양조산대 다음으로는 알프스·히말라야조산대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유라시아의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뻗어 있는 조산대다. 알프스·히말라야조산대는 태평양 서쪽 끝과 인도양의 경계 지역인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에서부터 히말라야 산맥, 지중해를 거쳐 대서양에 이른다. 유럽의 알프스 산맥, 카르파티아 산맥, 아나톨리아와 이란, 힌두쿠시 산맥, 히말라야 산맥 및 동남아시아의 산맥 지역이 포함된다. 환태평양조산대와 맞닿아 있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진이 많은 지역으로 전 세계 대형지진의 17%, 모든 지진의 5∼6%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주로 진원 깊이 100㎞ 이상의 심발(深發)지진이 많이 일어나 깊이 0∼70㎞의 진원지에서 발생하는 천발(淺發)지진이 많은 환태평양조산대의 지진보다는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약하다.

환태평양조산대와 알프스·히말라야조산대 외에도 영국 북부의 웨일스 남부에서부터 스코틀랜드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걸치는 대규모 산맥을 형성한 칼레도니아조산대, 큰 바다의 해령(바닷속에 있는 길고 좁은 산맥 모양의 솟아오른 부분)을 따라 형성돼 있는 중앙해령조산대 등이 있다.

7 한반도는 ‘고리’에 포함되나

한반도는 불의 고리 중심부에서 벗어난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지진이나 화산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이번에 연쇄 강진이 덮친 구마모토현이 한반도와 같은 유라시아판에 놓여 있는 만큼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발생하는 강진이 한반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한반도 근처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각판이 다르더라도 ‘방아쇠 효과’로 인해 한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8 한반도 내 불안요소

한반도도 지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1878년 계기 관측 이래로 큰 물적·인명 피해를 낸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한 해 평균 43차례 지진이 관측되고, 이 중 10차례 정도는 사람이 진동을 느낄 정도의 규모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 발생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일본과 같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한반도가 위치한 지각이 활성단층은 아니어서 강진 피해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9 한반도 지진·화산 기록

조선왕조실록과 조선 시대 재난 기록을 담은 해괴제등록 등에는 규모 6.0 이상으로 추정되는 강진 기록이 여럿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은 1643년 부산동래지진에 대해 “산속 바윗돌이 무너져 내리고, 초계에서는 마른 하천에서 흙탕물이 솟아오르고, 바위가 굴러 떨어져 2명이 깔려 숨지고 땅이 열 길 정도 갈라졌다”고 기록했다. 승정원일기는 당시 지진을 “울산부에서 동쪽으로 13리 밖에 조석수가 드나드는 곳이 있는데 물이 끓어오르듯 높이 솟아올랐으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 같은 것이 뭍에서 1∼2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고 썼다. 미국 국립지구물리자료센터는 당시 지진 규모를 6.5로 추정했다. 이 외에도 1454년 해남지진, 1518년 덕진도지진, 1546년 순천지진 등이 규모 6.0 이상의 강진으로 추정된다.

10 국내 방재 대책 현황

우리나라 기상청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50초 이내에 경보를 발령하는 반면 일본은 10초 이내에 경보를 내보낸다. 지진파가 평균 초당 3㎞로 이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지진 발생 지점으로부터 50㎞ 거리에 피해 지역이 위치할 경우, 10초 이내에 지진 경보를 하면 최소 5초 이상의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2020년까지 규모 5.0 이상 지진이 일어나면 10초 이내에 국민에게 알리는 ‘지진 조기 경보’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내진 성능을 갖춘 신축·대수선(리모델링) 민간 건축물에 대해 지방세 감면을 강화키로 했다. 현재도 재산세, 취득세 등을 일부 감면해 주고 있지만 감면 폭을 확대해 내진 보강에 대한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의 지진 대책을 이르면 오는 7월 내놓을 방침이다.

박준희·김영주·김리안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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