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루키 김지영이 올해 KLPGA의 대세라는 박성현과 팽팽한 대결을 펼쳐 연장 접전 끝에 패했습니다. “무명 선수가 우승도 하는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물한 살 김지영이 들려준 자신의 ‘골프 스토리’는 주말 골퍼에게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무명이던 김지영이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소한 것 하나’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어릴 적부터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중학생 시절 태국 전지훈련 도중 말라리아에 걸려 1년 6개월 동안 골프를 쉬어야 했고, 고3 때는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입스’가 찾아와 백스윙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새 스윙코치를 만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어 이젠 올라가는 일밖에 없다고 다독이는 새 코치의 말대로 스스로를 믿는 ‘긍정의 생각’, 이 하나를 머릿속에 넣었는데 확 달라졌습니다.

맞습니다. 골프는 사소한 것 하나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기자는 3년 전 나무가 많은 러프에서 욕심을 내며 우드로 헛방 스윙을 하다가 엘보가 찾아왔고, 두고두고 후회하면서 2년 이상을 코스에 나가도 별 재미를 보질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양손에 압박용 붕대를 차고 스윙을 하니 드라이버 샷은 늘 ‘꽝’입니다. 얼마 전 프로 자격증을 딴 한 동반자에게 체면 불고하고 “스윙을 한번 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몇 홀 지나자 그는 제게 딱 한 가지, “백스윙을 바깥쪽으로 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볼이 안 뜨는 건 백스윙을 몸 안쪽으로 가파르게 들어 올린 탓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심한 훅이 걸리면서 볼이 뜨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테이크백 동작부터 클럽을 최대한 밖으로 길게 가져가서 백스윙을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해보니 볼이 정말로 떴습니다. ‘백스윙 하나 수정했을 뿐인데…’하며 신기해 하기도 하고, ‘그간 얼마나 미련했던가’하는 자책도 했습니다.

헤드업이 심해 볼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던 골퍼가 어드레스 때 장갑에 ‘고·들·개’(고개 들면 개××)를 써 놓는 극단의 처방을 보며 헤드업을 고쳤다고 합니다. 본격 골프 시즌을 알리는 봄이 왔습니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골프는 알고는 있지만 잊고 있던 사소한 것 하나가 망칠 수도, 되살릴 수도 있는 묘한 운동입니다. ‘고·들·개’ 교훈을 되새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론 타인의 도움도 필요한 게 골프인 것 같습니다.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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