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法令 44개

습관적 法경시 행태 단면
“법의 완결성에도 큰 흠집”


헌법재판소가 위헌(19개)이나 헌법불합치(25개) 결정을 내렸으나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법률과 시행령 조항이 모두 44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국회의 일상적인 법 경시 형태가 드러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 직무 유기가 국민 일상생활·경제활동의 혼란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법의 완결성에도 큰 흠을 남기고 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 내용이 위헌과 다를 바 없지만 당장 위헌 결정을 할 경우 발생하는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령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25일 현재 헌법불합치 결정 조항 가운데 4개는 이미 헌재가 정한 개정시한을 넘겼다. 헌재가 개정시한을 정하지 않은 2개 법령도 아직 미개정 상태다. 이미 효력이 사라진 법률이 20개 이상 법전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말까지 개정시한이 정해진 헌법불합치 조항도 9개에 이른다.

특히 국회는 지난해 위헌 결정이 난 법률 10개를 개정하지 않았다. 과거 연말에 위헌 결정이 난 법률 2∼3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위헌 결정 연도에 바로 법률을 고쳤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회의 일상적인 위헌 법률 방치 상태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률 조항은 주석 형태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됐다는 표시가 남아 있다. 기본법으로 외국에 번역돼 배포되는 형법, 민법 등에도 헌법불합치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회개혁자문위원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법률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법의 완결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위헌 법령을 곧바로 국회에서 심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6월 30일을 입법시한으로 둔 법안의 경우도 국회의 처리를 담보할 수 없다. 입법기한 만료가 2개월가량 남은 법안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2·3항을 비롯해 5개지만 대부분 입법공청회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어 입법시한을 넘길 우려가 크다. 위 조항의 경우 수용자와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간의 접견 시간과 횟수를 일반 접견과 동일하게 제한한 법 규정으로 지난해 10월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헌재는 “법률대리인인 변호사의 접견 횟수를 일반인의 접견과 별도로 정해 적절히 제한하면 수용질서와 규율 유지를 도모하면서도 수용자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 전까지 현행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해 수용자의 기본권을 막고 있다.

김병채·정철순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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