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안은진 기자 eun03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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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상적 수면은 15~20분 걸려… 몰아 자도 수면부족 보충안돼
7시간 자는 사람 생존율 높아… 잠자리 온도 33도 가장 적합
4시간만 자도 충분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해


매년 이맘때쯤이면 잠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점심을 먹고 나면 쏟아지는 잠 이른바 ‘춘곤증’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춘곤증보다 더 큰 문제는 수면부족이다. 춘곤증은 계절이 바뀌면서 이맘때쯤만 나타나는 일종의 생리현상이지만, 수면부족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호소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웰빙과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의 질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이를테면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남성의 자살 충동이나 여성의 우울증이 증가한다거나,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다. 밤에 숙면을 취할 경우 그러지 못할 때와 비교해 다음 날 몸 상태는 물론 성인에게는 업무 효율, 학생들은 학업 능률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잠을 어떻게, 얼마나 자야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수면 진단 후 자신에게 맞는 수면법 찾아야 =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은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수면이 부족한 사람이다. 정상적인 수면은 누워서 몽롱한 상태의 얕은 수면에서 깊은 잠으로 빠져들게 된다. 해외의 연구결과에서 건강한 사람은 잠들기까지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눕자마자 잠이 드는 사람은 자신의 수면습관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야근과 회식이 잦은 현대 직장인들은 주말에 늦잠이나 낮잠으로 평소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면은 부족한 수면의 양인 ‘수면 빚(sleep debt)’의 형태로 쌓이지만, 잠을 몰아서 잔다고 수면이 축적되지는 않는다. 몰아서 자는 것은 오히려 수면주기의 이상을 초래해 불규칙한 수면습관이나 불면증, 주간 졸음증, 만성피로증후군을 초래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개인마다 다르며 나이에 따라 변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밤에 잠을 잘 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9∼10시간 정도로 잠이 필요하지만, 건강한 성인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평균 7∼8시간 정도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적은 양의 수면으로도 문제가 없기도 하며, 반대로 남들보다 수면시간이 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평균 7∼8시간 정도 잠을 자야 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1∼2%에서는 하루 4시간 이내로 자도 낮에 피곤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가 있다. 또 전체인구의 약 1∼2%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자야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롱 슬리퍼(long sleeper)’도 있다.

먼저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수면시간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많이 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1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7시간 자는 사람들의 생존율이 가장 높았지만, 8.5시간 이상 자는 사람과 3.5∼4.5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은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서 사망률이 15% 높았다.

◇질, 시간, 리듬을 맞추자 = 수면의 질은 환경에 좌우된다. 잠자리 온도는 일반적으로 체온보다 낮고 춥지 않은 33도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습도는 너무 건조하지 않고 불쾌감도 들지 않는 50% 전후가 좋다. 숙면을 위해 밤에 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잠을 달아나게 한다. 신체는 리듬상 오후 9시부터 체온을 떨어뜨리면서 잠잘 준비를 하는데 그때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 교감신경이 활발해지고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8시 이전에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다. 신체 리듬도 중요하다. 우리 몸은 아침에 일어나 햇볕을 쬐고, 활동하다가 해가 진 뒤에 잠이 들도록 리듬이 맞춰져 있다. 거꾸로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습관은 신체 리듬을 거스르는 일이다.

자기 전 스마트폰이나 TV 등을 시청하는 것도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잠자기 1∼2시간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 목이나 등을 스트레칭하는 것도 좋은 잠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피곤하다면 전날 30분 먼저 잠을 청해보자.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다양한 수면장애도 수면의 질을 하락시킨다. 또 수면을 방해하는 약물의 복용, 퇴행성관절염이나 만성 통증, 호흡기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들도 수면의 질을 나쁘게 하는 만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 부족, 건강악화는 물론 사고위험도 증가 = 수면부족은 의욕감소와 기분저하·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면역기능의 저하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만성 수면부족은 인지기능, 판단력과 업무 수행능력, 기억력 및 집중력의 저하를 일으킨다”며 “또 두통과 눈 흐림, 가려움, 온몸의 아픈 증상 등도 증가하고 짜증·부정적인 생각과 우울증을 가지기 쉽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leptin)의 분비가 감소해 식욕이 강해져 과체중과 비만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수면부족은 낮에 깨어 있어야 할 순간에 자주 졸게 되는 심각한 주간 졸음증도 일으킨다. 주간 졸음증은 작업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실수를 하게 하며, 학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영국의학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17시간 이상 자지 않고 운전하면 뇌기능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정도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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