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 마을을 찾은 대한항공 직원 가족들이 밭에 심을 옥수수 모종을 고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지난 22일 1사1촌 결연마을인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 마을을 찾은 대한항공 직원 가족들이 밭에 심을 옥수수 모종을 고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대한항공 - 강원 홍천 명동리

“일을 아주 잘하네. 정말 우리 마을 영농후계자 시켜야겠어.”

두 명의 어린이가 모판에서 옥수수 모종을 골라내 망태에 담는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은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잔망스러운 어린이들이 어른들과 섞여 야무지게 농사일을 거드는 모습이 마을 어른들 눈엔 기특하게 보일 뿐이다. 지난 22일 대한항공 사회봉사단이 찾은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는 어린 일꾼들의 맹활약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대한항공 직원인 부모님과 함께 1사1촌 봉사활동에 나온 이강은(여·9) 양과 김승기(8) 군은 이미 ‘베테랑’ 농사꾼이다. 두 어린이는 옥수수밭 옆 길가에 앉아 다른 봉사단원들이 밭에 심을 옥수수 모종을 망태에 담는 역할을 맡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일을 척척 해냈다.

승기 군의 아버지 김학신 기내식기판사업부 과장은 “승기는 3년 정도 계속 이곳을 나왔다”며 “두 아들과 1사1촌 봉사를 8년 가까이 꾸준히 나왔는데 첫째 아들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어서 나오질 못하고 승기가 형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짝꿍처럼 붙어서 일하는 강은 양은 모종을 골라내는 손길을 멈추지 않으며 기자의 취재에 응해주는 여유마저 보였다. “도시는 너무 답답해요. 공기도 좋지 않고. 그런데 농촌은 공기도 맑고 (공간이) 트여 있어 마음도 매우 상쾌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랑 함께 일 도우러 매번 와요.”

강은 양의 아버지 이승영(41) 운항승무부 부기장은 “아이들이 싫어하면 한두 번 나오고 안 왔을 텐데 강은이가 시골 오는 걸 무척 좋아한다”며 “이젠 마을 어른들도 강은이를 알아볼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두 어린 ‘영농후계자’가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최근 잦은 비로 마을을 관통하는 명동천은 물론 일터 옆 수로에도 물이 가득 차 흘렀다. 이날은 미세먼지도 약하고 하늘까지 청명해 일손돕기에 나선 대한항공 팀들의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사실 대한항공과 명동리는 햇수로 13년째 1사1촌 자매결연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젠 서로가 알 만큼 알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그런 관계로 변질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의 1사1촌 행사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이들은 이제 ‘또 하나의 가족’이라 불릴 정도로 서로를 잘 안다.

대한항공 참여자들도 직원 한 사람이 아닌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대한항공 봉사단 30여 명 가운데 4∼5팀 정도가 가족단위로 함께 참여했다. 가족 단위로 참여하다 보니 과거에 만났던 마을 어르신들에 대해 더 관심이 가게 된다. 어느 어르신이 어떤 농사를 짓고, 몸 어디가 불편한지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마을과 소통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고 이뤄진다. 1사1촌 봉사활동을 매개로 인연이 확장되는 것이다. 함께 참여한 가족들도 농촌의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평소 하지 못한 대화를 이어간다.

아버지 이일형(60) 씨와 함께 1사1촌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한아(29) 총무과 사원은 아버지 이 씨와 옥수수 모종을 심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바쁜 회사업무로 인해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쉬기 바빠 아버지와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다. 이 사원은 “아버지도 1사1촌 봉사활동 참여하는 걸 좋아하시고 저 역시 명동리에 5년째 나오면서 정이 들었다”며 “집에서보다 들녘에서 농사일을 거들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나눠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너른 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자연스레 트여서일까. 옥수수 모종을 나누고 심는 봉사팀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옆에서 함께 일하는 마을 주민 최원국(63) 씨는 “다들 이젠 익숙한 얼굴들이고 농촌 일손이 모자랄 때마다 와서 일을 도와줘 고마울 뿐”이라며 “이젠 농사일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들 뭘 할지 알고 척척해낸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옥수수 모종 심기가 웃음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선 상대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고추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이뤄지는 버팀대 박기 작업은 남성들이 주로 맡았다. 이날은 낮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가 비닐하우스 내부가 다소 더웠다.

권성태(54) 원동기공장 차장은 “전북 김제 출신이어서 농사일에 익숙한데도 평소 하지 않아 그런지 팔이 벌써 뻐근하다”며 “그래도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1사1촌 농촌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일을 진행하다 이장님이 들고 온 새참에 다들 눈길이 간다. 당연히 농촌 들녘에서 먹는 새참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떡, 김밥, 부침개 등의 먹을거리와 함께 막걸리도 빠지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열심히 새참 먹는 모습에 마을 어른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영농후계자 되면 매일 새참 먹을 수 있다”며 아이들을 꼬드기자 함께한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대한항공 1사1촌 봉사단에 의료진도 함께 참여한다는 소식에 마을회관에는 3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오전 10시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모여들었다. 다른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명동리도 마을 사람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대한항공 항공보건의료센터에서 나온 전문의와 간호사들은 혈압, 당뇨 등을 즉석에서 체크하는 한편, 증세를 일일이 물어보며 진료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농사일로 허리와 팔목, 무릎 관절 등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의료팀이 가져온 비상상비약, 그중에서 파스는 인기 품목이다.

이향림(여·44) 전문의는 “오랜 기간 농사일을 해오시다 보니 대부분 관절 부분 등이 좋지 않다고 호소를 하신다”며 “그래도 기본적인 처방을 해주며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옆에서 혈압, 혈당 체크를 하던 김영자(여·34) 간호사도 “우리 할머니·할아버지 돌봐주듯 챙겨드리려 한다”며 “마을에 약국이 없어 기본적인 구급약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에 우리가 올 때마다 파스와 같은 약품을 많이 가져온다”고 말했다.

의료 진찰 차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마을회관 한쪽에 준비해 놓은 떡과 음료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어르신은 “대한항공이 예전에 처음 왔을 땐 그냥 한 번 오고 말겠지 생각했었는데 10년 넘게 이렇게 찾아와 농사일도 돕고 환자 치료까지 해주고 있다”며 “친가족들도 이렇게까지 찾아와서 도와주진 않는데 이젠 대한항공 직원들이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점심 무렵 한참 땀을 흘린 후에는 누가 마을 주민인지 대한항공 직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이젠 명동리 봉사활동 갈 시기가 되면 매번 참여하시던 직원들이 알아서 신청할 정도”라며 “1사1촌 방문이 어떤 특별한 행사가 아닌 마치 명절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

홍천=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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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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