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 논설위원

“우리나라가 치킨 공화국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2016년 재정전략회의에서 했다는 말이다. 은퇴자들의 재취업을 위한 파견법 입법을 촉구하는 취지였지만,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 맞다.

한 집 건너에 치킨집이 있다. 2013년 치킨 전문점은 3만6000여 개로 그해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3만5429개)보다도 많다. 등록된 브랜드만 250여 종이다. 한국인이 치킨을 즐겨 먹는 건 유난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치킨집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1997년 이후 외식 메뉴 1위를 놓친 적 없는 ‘국민 야식’이고, ‘치맥’은 식품 한류로 자리 잡았다. 다음소프트가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SNS상에서 치킨이 언급될 때 연관어로 ‘행복’이 가장 빈번하게 동행했다. 이제 치킨을 빼놓고는 한국인의 라이프사이클을 논하기 어렵다.

점주는 마냥 행복한 것 같지 않다. 치킨집 중 18%가 개업 후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다. 3년 기준으론 폐업률이 49.2%까지 올라간다. 생존기간이 평균 2.7년이다. 2014년 평균 연(年)매출은 1억1400만 원. 개점 비용은 차치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는 재료비·판촉비와 임차료 등을 제하면 한 달에 200만 원을 쥐기 어렵다고 한다. 하루 14시간 일하는 건 기본이다.

치킨집 외에 편의점·커피전문점·베이커리 등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일하는 패턴은 유사하다. 이들은 제 돈 들여 점포를 꾸리면서도 모든 과정에서 본점의 통제를 받는다.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정작 자영업의 속성인 자율성과 독자성은 없다. 알바에겐 사장이지만, 대부분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한다는 점에서는 근로자다. 지난해 일본의 도쿄도(東京都) 노동위원회는 편의점 패밀리마트 가맹점주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자영(自營) 노동자’라고 불러야 할까.

국내 자영업은 공급과잉인데도 진입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몇 년 새 한꺼번에 몰리면서 ‘퇴직자의 무덤’이 됐다. 총선 후 조선·해운 등 주력 산업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요란하지만, 자영업 구조조정 또한 더는 미룰 수 없다. 한계 상태에 놓인 자영 노동자들에게는 퇴로와 함께 새로운 진입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파견법이 최선은 아니어도 숨통을 틔워줄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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