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열차 사고들은 ‘휴먼 에러’(기관사의 인적 오류)라는 하나의 고리로 묶인다. 근무기강의 나사가 여기저기에서 헐거워져 있는 데다 규정이 있어도 현장에서는 예사로 무시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2014년 7월 강원 태백시 태백∼문곡역 단선 구간에서 관광 열차가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다가 마주 오던 무궁화호 열차와 정면 충돌했다. 기관사 신모 씨는 사고 직전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대화를 나누다 자동정지장치의 경고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1명이 사망하고 92명이 다친 이 사건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는 SNS 남용에 경종을 울린다.
또다시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기관사 1명이 사망했다. 지난 22일 전남 여수에서 일어난 무궁화호 탈선 사고의 처참한 현장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기관사가 시속 35㎞ 이하로 달려야 할 선로 변경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120㎞ 이상으로 과속 운행했다고 한다. 최연혜 전임 사장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뒤 사령탑 공백에 따른 기강 해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본적으로는 철도 기간 요원들 사이에서 귀중한 인명을 밤낮 대량으로 실어나른다는 투철한 사명의식과 긴장감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 이후 2014년까지 50명 이상 사망 사고 중 삼풍백화점 붕괴 등 시설물 사고는 10건이며, 나머지 32건은 교통 관련 사고였다. 열차 사고도 9건이나 된다. 사고는 교과서에 쓰인 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뿐만 아니라 범정부 부처가 교통 분야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발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사고를 일과성으로 넘겨서도 안 된다. 대구시가 최근 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을 만든 것처럼, 일본도 107명이 사망한 2005년의 JR후쿠지마선 열차 탈선 사고의 흔적을 남기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 열차가 충돌한 9층짜리 아파트 일부를 보존키로 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시작해 이 사고의 A∼Z까지를 망라한 본격적인 ‘사고 추념공간’을 2018년 여름에 완공할 예정이다. 1개의 희생자 추모 공간을 2년 반에 걸쳐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의 전모(全貌)를 미래 세대에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정부 주도의 선언적 안전정책은 국민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로 세월호 참사 2년을 맞았지만, 대형 재난이 되풀이되고 있다. 숨어 있는 안전 사각지대를 찾아내기 위해, 암행 안전 감찰제도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경찰청이 지난 3월 이후 한 달 동안 ‘암행 순찰차’를 시범 운행한 결과, 교통사고가 18.9% 줄었다.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는 공정한 안전 평가를 위해 암행감찰제를 다양한 안전관리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 11년 전 JR열차 사고로 경추가 크게 부러진 뒤 겪은 경험을 ‘포착’이라는 책으로 낸 일본의 젊은 여성은 “비참한 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의 크기와 피해자 수에 눈길을 빼앗기기 쉽다. 하지만 그 사고로 일상이 끊기는 개개인의 삶에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암행감찰제가 아니더라도, 국민 누구나 안전 감시자가 돼야 한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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