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살아남는 시절이다. 오죽하면 ‘사회적(social)’이라는 개념조차 이제는 상거래(commerce)의 기본단위가 됐을까? 마케팅의 전통적인 네 가지 기본 요소를 흔히 ‘4P’라고 한다. 상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상품의 개념이 유형의 것(제품)에서 무형의 것(콘텐츠)으로 빠르게 옮아가면서, 현대 소비문화를 규정하는 ‘4P’ 역시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ersonalized(맞춤), Participatory(참여)라는 새로운 요소들로 재구성됐다. 관계방식 자체가 더 본질적이고 실제적인 상품이 된 것이다.

동의학에서 인간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명맥실수(命脈實數)’라는 개념이 있다. ‘명(命)’이란 부여받은 유전적 조건이다. ‘맥(脈)’은 평소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생활 패턴을 의미한다. 명은 명대로 맥은 맥대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 조건(명)과 후천적 상태(맥)는 매 순간 끊임없이 관계하고 있다. 부여받은 조건을 잘 살려가며 사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선천적 조건을 더욱 갉아먹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관계방식만큼 확보되는 삶의 동력원을 ‘실(實)’이라고 한다. ‘실’이란 경영으로 치면 순이익이다. 단순히 매입과 매출 규모가 크다고 실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입출의 순환구조가 얼마나 정합적인지에 따라 내실이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것처럼,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혹은 평소에 몸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서 건강한 것도 아니다.

‘정말 한 인간이 건강한가’를 묻기 위해서는, 본래 부여받은 것과 지금 쓰고 있는 것 사이의 관계방식을 통해 삶의 내실을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여기서 수(數)가 문제가 된다.

‘수’란 실질에 참여(Participatory)하는 것이다. ‘명’은 예측(Predictive)하고, ‘맥’을 예방(Preventive)하여, ‘실’이 맞춤(Personalized)하게 되는 것이라면, ‘수’는 구체적으로 자기 세계에 개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좋은 수가 없을까, 별수 없지 않나, 할 때 그 ‘수’다. 지금 나라는 인간이 확보한 만큼의 건강성(종잣돈)을 굴리는 구체적 액션이 바로 수다. 경영에서도 순익(실)이 나오면 이제 그것을 앞으로 어떻게 선순환시켜야 하는지, 그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핵심으로 남는다. 큰 이익을 냈더라도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다면 한때의 내실이 일순간 화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명’과 ‘맥’과 ‘실’이 서로 넘나들며 질서 있게 지속될 수 있는가, 달리 말하면 삶 자체가 정말로 건강한가 하는 문제는 ‘수’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요컨대 삶 자체가 건강이다. 그런 점에서 건강(삶)이란, 내가 세계 속으로 직접 참여하는 그 차서(次序·차례와 질서)에 달린 것이다. 상품이 있으니까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수요가 있는 곳에 상품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백화점식 ‘온 세일(On Sale)’의 시절이 지나고, 이른바 ‘온 디맨드(On Demand)’가 판을 바꾸고 있다. 삶의 요청(demand)에 어떻게 직접 접속(on)할 것인가, 진짜 승부는 늘 이 한 수(數)에 달려 있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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