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발생하게 했으면서도 피해자들에겐 제대로 된 사과도 않던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검찰 수사팀에겐 회사 대표까지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수사에 필요한 자료 확보를 위해 옥시 한국법인 사무소를 찾아가자 방글라데시 국적의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직접 나와 수사팀을 맞은 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겐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란 제목의 855자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10년치 분량의 연구자료를 폐기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연구자료 조작과 은폐 등 검찰 수사 이후 보여준 옥시의 모습을 볼 때 사프달 대표의 태도에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다. 오히려 향후 검찰 수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면피성 행동으로 보인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드러난 이후 옥시는 피해자 가족들이 바랐던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호흡이 불편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옥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을 때도 옥시의 사과는 없었다.

옥시 제품을 사용한 후 후유증으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아이와 함께 옥시를 찾았던 한 어머니는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 어린 사과를 바랐지만 옥시로부터 돌아온 건 문전박대였다”고 분을 삼키지 못했다. 피해자들에겐 사과문이 아닌 입장발표문으로 받아들여지는 무성의한 사과문을 발표한 옥시가 피해당사자도 아닌 검찰엔 대표가 사과하는 건 앞뒤도, 경우에도 안 맞다.

옥시의 대 검찰 사과가 일단 엄한 수사를 피하고 보자는 면피성 행위로 읽히는 건 자업자득이다.

정철순 사회부 기자 csjeong1101@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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