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친박(親朴)’이 총선 참패 2주일 만인 26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보편적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패인(敗因)을 제대로 모르거나 일부러 본말(本末)을 뒤집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여권 주류 세력의 민심 오독(誤讀)은 결국 잘못된 대처 방안을 낳고, 이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 큰 국정 난맥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이날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 아니라 ‘양당체제 심판’이었으며,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양당 체제에서 식물국회로 가다 보니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고, 그래서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식물국회’의 실질적 원인은 박 대통령의 불통·독선, 거대 여당의 오만·무능에 있다. 박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박 대통령은 “3당 대표와 회동을 정례화하겠다”면서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3당 체제가 저절로 잘 돌아갈 것처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동안 야당 대표, 심지어 여당 대표와의 회동조차 실효성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 상황을 악화시킨 경우가 더 많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변화가 없으면 무의미하다. 3당 체제는 훨씬 복잡하고, 여당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됐다. 대통령 권한의 절반을 내주는 식의 연정이나 거국내각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임에도 너무 안이하게 보거나 잘못 보고 있는 것 같다.

친박이 이날 당선자 워크숍에서 보여준 태도는 뻔뻔함도 넘어 적반하장에 가깝다. 일반 유권자는 물론 전통적 지지층까지 여당에서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상징되는 친박의 오만불손과 막무가내 공천에 있다. 친박이 김무성 대표에게 “야반 도주”라고 비난하며 책임을 돌리는 ‘옥새 파동’은 무리한 공천에서 파생됐다. 정파의 논리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책임의 본말과 대소(大小)’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모두의 책임”이라고 둘러댄다. 친박부터 국민과 당원 앞에 석고대죄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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